한국일보

품격과 자존심

2012-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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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임을 자부했다. 그렇다면 그 땅에 사는 국민은 예의범절을 중요시하고 매너도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지구상의 모든 나라 중에, 특히 경제가 근래에 가장 많이 성장한 나라들 중에, 어쩌면 한국인이 가장 낮은 수준의 품격을 보이는 건 아닐까?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일본의 스네마현 대마도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낚시질하며 사용한 떡밥을 그대로 널려놓고 떠났다. 그곳에선 낚시질 자체가 외국인들에겐 법으로 금지돼 있다. 또 가게에 들어온 한국인 관광객이 계산도 하기 전에 먼저 과자의 포장을 뜯고 먹는 사례도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이런 모습을 보도한 일본 TV는 ‘충격적’이라고 토를 달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꼴불견 행태는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흔히 나도는 얘기다. 한국인 골퍼들이 앞에서 라운딩하는 다른 한국인 여성에게 “어이, 아줌마, 빨리 빨리 좀 칩시다” 하고 소리 지르자 발끈한 앞 팀 사람이 소리 지른 뒤 팀 사람을 향해 골프채를 집어던지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연출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골프장에 ‘한국인 출입금지’ 푯말까지 세워놓았다고 들었다.


미국의 한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주 후 고성방가와 노상방뇨 등 한국인의 고질적 추태도 함께 이민 왔다. 산이나 공원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공연이 시작된 뒤에 우르르 몰려들어오며, 입원실에서 큰 소리로 찬송가를 합창하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매너를 제일로 여기는 미국인들에겐 한인이 무례하고 볼썽사나운 민족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유명 여행전문지 ‘트래블 & 레저’가 얼마 전 보도한 미국인들의 매너에 관한 연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뉴욕과 LA 등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가장 불친절하고 예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이나 LA가 ‘불친절 도시’ 오명을 받는데 설마 그곳에 많이 거주하는 한인들이 한 몫 거들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불친절이나 무 매너보다 훨씬 창피한 일이 최근 주요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단순히 예절이나 매너수준이 아니라 국가의 품격과 한국인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CNN 방송은 한국여성이 인신매매 브로커에 속아 한국에서 미국에 건너온 후 퇴폐 마사지업소에 감금된 채 6년간 성노예로 살았다는 믿기 어려운 실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이제 ‘매춘부는 한국출신’이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실제로 텍사스의 한 카운티에선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매춘온상인 퇴폐 마사지업소들을 퇴출해 달라고 법원에 청원했다.

이 정도면 세계경제 10위권이라며 으스대는 한국과 한국여성의 품격은 그야말로 최하위 수준이다. 개인의 매너는 고사하고 나라의 품격마저 아랑곳 않는 이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안 그래도 끊이지 않는 한국여성의 매춘부 검거 소식으로 일부 외국인들이 한국여성 하면 으레 ‘매춘부’를 떠올린다고 하는 판에 이 딱지를 떼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최근 일본군 종군위안부 만행을 규탄하고 그들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해외 한인들의 노력이 필사적이다. 한국정부에서 못해낸 일을 미주의 한인들이 일본의 만행을 미국사회와 전 세계인에 알리기 위한 취지의 종군위안부 기림비가 벌써 두 곳에 세워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20만 여성이 종군위안부로 고통받은 지 60여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잃어버린 국가 민족의 자존심과 인권을 되찾는 일은 이처럼 멀고도 힘이 든다. 국가가 수모를 당하고 민족이 무시를 당하는 건 알고 보면 저변에 그 민족 개개인의 낮은 품격이 요인이다. 개인의 품격은 국가의 이미지와 자존심, 나아가서는 그 국가의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민족의 정신이자 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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