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족의 변질

2012-06-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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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시인)

한 나라의 구성 인구가 다민족이 좋은지, 아니면 단일 민족이 좋은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손으로 세워진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고, 이 다민족들은 각가지 이유야 어떠하든 간에 결론적으로는 모두 평화로운 사회에서 큰 힘 들이지 않고 편히 먹고 살면서 각자가 꿈꾸던 그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 왔고 지금도 계속 밀려오고 있다. 이제까지는 세계에서 얼마 되지 않는 단일민족 가운데 우리나라는 으뜸이 되는 단일민족이다. 그런 단일민족 사회가 아직은 다민족이 아닌‘섞어 민족’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컫는 우리의 단일민족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 우리나라의 고대 역사는 삼국시대를 정점으로 해서 그 이전의 역사적 기록은 희미하다. 고조선이 단군에 의해서 세워졌다고는 하나 고조선의 광활한 영토에 흩어져 살고 있었던 우리민족이 어디서 왔고, 그때 이미 단일민족을 구성하고 있었는지에 대하여서도 아무런 기록이 없다.우리가 확실하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민족의 대 이동과 정착은 삼국이 정착하기 얼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중국 북방대륙에서의 끊임없는 분쟁과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자 그들의 나라는 망하게 되고 대학살을 피해서 민족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한반도는 그들의 피난지였고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정착지였다. 금을 좋아하여 금 문화를 이루며 살던 흉노족은 한반도 남으로 이동하여 찬란한 황금문화를 이룬 신라나 금관가야를 세우게 되고, 일반 예술과 생활문화를 이루며 살던 거란족 역시 남으로 이동하여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백제를 세우는데 밑거름이 된다. 이들의 민족 구성은 서로 다르나 그것은 정치나 지역문화에 따라서 구분이 되었을 뿐 혈통의 계보는 알타이 몽고족의 혈통으로서 한 핏줄로 이어진 한 민족이었다.

또한 전투에 능한 부여족은 한반도로 남하하여 대 가야국과 고구려를 세우게 되어 이웃나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무력강국을 세웠다. 단일민족으로 이어오던 한국의 구성인구가 섞어민족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기업의 인력난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수준 높은 교육으로 단장한 한국의 젊은 층은 잡일이나 기름때 범벅이는 공장일 같은 직업은 피해가고, 소위 말하는 ‘화이트 칼라’ 직업만을 선택했다. 기업들은 차선책으로 외국에서 노동자들을 불러들여 공장을 돌게 하였다. 그로인해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은 한국여성들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또한 세계 각지에서 기술을 인정받는 기업들은 외국으로 진출하면서 한국의 많은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로 인해 현지에서의 국제결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했고, 결혼 못한 시골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결혼상담소도 크게 한몫을 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혼혈의 2세들이 이제는 흔하게 눈에 뜨이고 그 수가 점점 늘어간다. 한국이, 처음부터 다민족국가로 시작을 했던 미국과 같은 자연스런 다민족 국가는 되지 않더라도 수천 년 동안 이어왔던 단일민족의 개념이 세계 어디를 가나 이제는 서서히 깨어지고 있으니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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