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헌금과 세금

2012-06-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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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회계사)

직업이 회계사이다 보니 세금과 가장 밀접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고 있으니 헌금과도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한 면이 많지만 다른 면도 존재한다. 그 모두가 나의 것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 그 근본적인 나눔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춧돌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얻는 물질을 악의 근원이라고 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축복이라고도 한다. 그 물질을 쓰는 방법에는 간단히 두 가지가 있다. 나를 위해, 혹은 남을 위해… 그리고 그 두 갈래 길은 악, 혹은 축복의 길을 가르는 것과 근본적으로 일치한다.


내가 얻은 물질을 나를 위해 쓰는 것이 남을 위한 것일 수가 있고, 남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는 것이 그 실상은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삶의 목표가 이웃, 남을 위한 것으로 세워졌을 때, 그를 위해 사용하는 물질의 근원과 결과가 남을 향하는 것일 것이고, 나의 근본적인 삶의 목표가 나 자신의 개인적 욕망과 이기적인 기쁨에 있다면, 그 겉모습이 남을 위한 것으로 보여도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일 것이다.

세금과 헌금은 나에게 주어진 물질을 남을 위해 사용하는 통로가 된다. 단지 그 안에 강제성의 유무가 다를 뿐이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 최소한의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세금도 그 일부분이다. 세금이 사용되어지는 용도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또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국가의 피와 같은 것이다. 그 피는 우리 몸의 아픈 곳, 곪은 곳을 찾아 상처를 치유하고 영양을 공급한다. 간혹은 그것이 상처를 타고 흘러내려 버려질 때도 있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거대한 유기체가 살아가려면 그 피가 계속 돌아야 한다.

헌금은 근본적으로 자발적인 것이다. 세금과의 차이는 자발성의 유무뿐이 아니라 그 역할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몸에 병이 나면 우리 몸은 자기 치유를 한다. 면역체계와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한 자기 방어, 그 힘이 사라지면 병에 걸리게 되고, 또 외과적인 약과 치유도 아무 효력이 없게 된다. 가장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치유의 요소가 자발적인 치유능력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강력하고 효과적인 법으로 무장되어 있다 하여도, 그 안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사랑하고 나누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지옥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헌금과 세금,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그러나 강제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세금과 온전히 자유함 속에서 드려져야 할 헌금이 뒤 바뀌어 있는 것이 현시대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두가 기쁨으로 자유함 속에서 나누어져야 할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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