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 말 말

2012-06-11 (월)
크게 작게
최효섭 (아동문학가 / 목사)

최근 한국에서 임 모 의원의 막말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막말의 수위는 읽는 사람의 얼굴까지 붉어질 정도다. 술에 취해 있었다지만 취중진담이란 말이 있듯이 평소 마음속에 있던 생각이 술기운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녀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위치로 볼 때 참으로 실망스럽다.

뉴욕을 방문 중인 아일랜드 신부가 강도를 만났다. 밤길을 산책하는데 누가 뒤에서 흉기를 들이대고 뇌까린다. “지갑 내놔!” 신부가 천천히 돌아서자 클러지 칼러(성직자 옷의 흰 칼러)가 보였다. “신부님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돈은 없지만 시가(권엽초)가 있으니 하나 피우겠나?” “아닙니다. 주일에는 담배를 안 피우기로 하나님과 약속하였습니다.” 이 뉴스를 보도한 뉴욕포스트 지는 “말과 행동이 엇나가면 그것이 곧 코미디가 된다.”고 썼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가!


나의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친구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나의 말은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고 잠잠하게도 하며, 용기의 씨가 될 수도 있고 좌절의 뿌리가 될 수도 있다. 나의 말은 건설의 초석이 될 수도 있고 파괴의 방망이가 될 수도 있다. 교양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면 쉽게 파악된다. 교양있는 사람은 말 할 때와 말 하지 않을 때,해도 좋은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별할 줄 안다. 그러므로 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혀의 운동이 아니라 머리의 운동이다.

입을 너무 자주 열지 말고 골라서 말을 해야 한다. 혀라는 물건은 다루기가 힘들어서 머리가 알지 못하는 것도 곧잘 지껄인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진실이고, 둘째는 양식(良識)이며, 셋째는 경청(傾聽) 곧 잘 듣는 자세이다.말은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회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은 한 마디 말 때문에 신용과 명예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비극을 맛보기도 한다.

예수는 심판 날에 인간이 평생 말한 무익한 말에 대하여 변명을 해야 되는 때가 있을 것임을 경고하였다.(마태12;36) 함부로 내뱉는 말이 싸움을 일으킬 수도 있고, 무뚝뚝한 말 한 마디가 눈물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가시 돋친 말이 남의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비수를 꽂을 수도 있고, 무책임한 구설수(口舌數)의 전달이 한 인간을 매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말은 앞길을 환하게 한다. 기쁨에 넘친 한 마디가 즐거운 이웃을 만들고, 격려하는 짧은 말이 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랑의 음성은 천국을 열고, 좋은 말은 보약보다 낫다. 그것은 치료의 성분과 예방의 능력까지 가졌기 때문이다.

예수는 깔보거나 ‘바보’라고 하는 자는 지옥 불에 해당하고(마태5:29), 남을 심판하는 말을 하는 자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마태7:2) 모세는 뜬소문도 죄로 규정하였고(출애굽기23:1), 거짓말을 십계명의 한 조목으로 넣었다.

‘이솝 우화’로 알려진 이솝은 그리스의 철학가 산터스의 주방장을 맡은 노예였다. 어느 날 주인은 귀빈이 오시니 최고로 좋은 재료로 요리하라고 분부하였다. 식탁에 오른 것은 모두 소의 혀로 만든 요리였다. 화난 주인이 소리쳤다. “소의 혀가 가장 좋은 재료란 말이냐?” “예, 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맺어주고 진리를 전하며 여러 신에 대한 찬양과 경배의 도구입니다.” 기분이 상한 주인이 다시 명령했다. “내일은 가장 나쁜 재료로 요리하여 너희들 노예가 먹어라!” 이튿날 이솝의 요리는 역시 소의 혀였다. “나를 우롱하느냐. 최고도 최하도 같은 혀냐?” “예, 혀보다 못된 것은 없습니다. 혀는 질투와 싸움의 도구이며 실수와 거짓의 기관입니다. 분열도 전쟁까지도 혀에서 출발합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