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15 12주년을 맞으며

2012-06-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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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6.15공동선언 12주년을 맞아 ‘육일오공동위원회’는 오는 15일 금강산에서 남과북 해외동포위원회가 함께 하는 합동기념식을 갖기로 했으나 남측정부의 반대와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분산개최하기로 하였다.전운감도는 작금의 한반도정세에서 긴장을 걷어내고 다시 화해와 평화쪽으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공동위는 지난 2윌 중국 선양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성대한 공동개최를 협의, 남측위는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였으나 통일부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측위 대표단원들에게 무거운 과태료까지 부과, 압박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공동위는 올해 비록 분산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6.15의 이념인 민족화해 통일을 지향하는 온 겨레의 기상을 변함없이 대변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외래사상과 남이 쥐어준 무기로 동족이 원수가 되어 싸우던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고 이제 그만 화해, 단합하여 공동번영 아래 통일을 모색하자던 6.15의 대의(大義)는 이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대정신이자 다른 길이 없는 민족의 진로로 되고 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으로 상징되던 활발한 남 ^ 북교류는 통일의 서광이 이 땅의 문턱에까지 다가온 듯하였다. 그러나 4.19이후에 5.16이 오고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신군부의 군화발에 다시 짓밟히듯 정(正)과 반(反)의 대립. 투쟁이 거듭되던 치열하고 파란 많던 한국정치사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또다시 반전, 후퇴하면서 6.15의 열기도 식어갔다.

절대다수 민족의 여망을 안은 양 정상이 서명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지지하고 있는 6.15의 이념은 반통일 정부의 적대와 서슬 푸른 보안법아래서도 남과 북 해외동포사회 일각에서 명맥을 이어 왔다.지금 남북은 12년 전 6월15일 이전보다 험한 정세로 되돌아갔다. 전쟁재발의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북은 요즘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 하루도 빼지 않고 험악한 욕설로 비방하면서 최근엔 반북언행을 사죄하지 않으면 박살내겠다고 타격목표까지 내세우며 위협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남은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에 값비싼 첨
단 군사장비를 사들이고 최근엔 일본까지 끌어들이는 군사동맹을 획책하는 등 한반도는 지금 국제긴장의 중심에 와 있는 형국. 풀려나가던 남북관계를 집권하면서 파탄 낸 이명박 정부도 임기말에 이르러 총체적 비리, 부정이 잇달아 폭로되면서 정치적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진보세력도 총선이후 분열되고 대립하면서 국민의 신임을 앓고 위기에 빠졌다.

부패한 통일 반대 정권의 퇴장을 앞두고 새로 등장한 또 다른 반통일 유신세력과 힘을 합쳐 통일, 민주세력을 겨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조건들 아래서 일제강점과 분단의 민족수난 100년 역사를 끝장내고 6.15의 이념에 따라 통일의 위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반만년 역사의 통일민족이 우리시대에 와서 외세와 결탁한 반통일 세력의 막강한 힘 앞에 속절없이 갈라져 주변 강대국들에 흡수되어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인가? 오는 연말 한국유권자들의 결단에 따라 민족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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