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은 늙었는가? 젊었는가?

2012-05-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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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전국노래자랑을 29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송 해 씨는 늙었는가? 젊었는가? 정답은 ‘그는 늙었다. 그러나 그는 젊다’ 이다. 늙었어도 젊게 사는 사람이 있고 젊었어도 늙게 사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늙는 것은 남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다.

나주 공연 때 지방 여인이 선물하는 배를 통째로 입으로 가져다가 한 입 꽉 깨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작은 사과는 그렇게 먹을 수 있지만 배는 크기 때문에 특히 노인은 칼로 쓸어서 먹는다. 몽땅 입으로 깨무는 것은 젊은이의 배 먹는 스타일이다. 그는 사회도 하고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만담도 하고 인터뷰도 한다. 그의 프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노인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렇다면 그는 86세지만 노인으로 살지 않고 젊은이로 살고 있다.

다니엘 루드만(Daniel Rudman) 박사의 연구가 발표되었다.(New England Jounal of Medison) 20년 젊어질 수 있다는 연구이다. 노인에게 6개월간 성장호르몬을 주사하였더니 시력의 노쇠나 뇌세포는 살아나지 않았으나 근육의 노화가 정지되고 기운이라든지 겉으로 보이는 얼굴은 20년쯤 젊어졌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이 14%감축, 근육은 9% 증가, 피부는 7% 더 두꺼워졌다. 성장호르몬 분비는 30세면 이미 적어지고 60세면 거의 끊어진다.

이것을 주사로 공급해서 인체 일부의 기능을 회춘(回春)시키는 방법이다. 루드만 교수 이외에도 회춘의 방법을 말한 의학자는 많은데 실용화되지는 못하였다.


“이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기엔 내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면 그대는 50대라도 이미 무덤에 들어가 있고 “이것을 끝낼지는 모르지만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고 생각하면 그대는 70세라도 아직 청춘이다. “다 끝난 인생인데 내일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하고 생각하면 그대는 60세라도 이미 송장이고, 설레는 가슴으로 언제나 계획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구체적인 꿈을 갖는다면 그대는 싱싱하게 젊은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늙었는지는 의사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정한다.

“옛날이 좋았어. 그 때가 황금시대였지. 고향이 그리워.”하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마다 한 치씩 늙을 것이다. “지금이 좋아 내일은 더 좋을 거야.”하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마다 한 치씩 젊어질 것이다. 노인의 특징은 중얼거림이다. 그대가 30세라도 그대의 입에서 자주 중얼거리는 불평이 나오면 그대는 노인의 범주에 해당된다. 그대의 입에서 건설적이며 긍정적인 말이 쏟아지면 그대는 분명히 젊은 사람이다. 서양 고사(古事)에 나오는 ‘젊어지는 샘’ 동양 고사에 나오는 불로초(不老草), 요즘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성장 호르몬은 우리 눈앞에 언제나 놓여있는 것이고 다만 나 자신의 실천만이 남아있다.

젊어지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다. 주름살을 세지 말고 계속 꿈을 꾸라. 야심의 불꽃을 끄지 말아라. 일도 취미생활도 신나게 하라. 젊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라. 지난날을 생각하며 한숨 짓지 말라. 우울을 떨치고 명랑해져라. 달력을 자주 보지 말라. 과감히 결단하고, 당당히 책임지고, 피해를 겁내지 말라. 걱정 없이 쉽게 살다가 죽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유대인은 노인을 셋으로 구분한다. 60-70세는 ‘노인 개시기’로서 지금까지의 육체적, 정신적 생활을 그대로 계속할 시기이다. 70-80세는 ‘백발 노년기’로서 늙은 청춘, 인생의 가장 원숙한 맛을 즐기는 꽃피는 시절이다. 80세 이후를 유대인들은 ‘전진하는 노년기’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성서에서 온 말이다. 성경에 나타난 유대적 표현은 ‘해를 거듭한다’고 한다. 회춘의 관렴과 비슷하며 80세가 되면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런 회춘의 발상은 노년기에도 사람은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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