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하는 엄마!

2012-05-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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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규(퀸즈 릿지우드)

엄마는 작년부터 똑같은 얘기를 쉬지 않고 반복하시는 것이 치매 초기였던 것 같다. 60-70년 전에 돌아가신 당신의 시부모님이 밖에서 기다린다며 빨리 가야 한다고 하고, 언니가 놀래서 나한테 전화를 했다.
얼마 전에 소파에서 주무시다가 굴러 떨어지셨는데 당신이 끌고 다니는 워커에 얼굴이 부딪쳐서 온 얼굴에 피가 흐르니 병원응급실에 며칠 계시다가 양로원으로 옮기셨다. 양로원에 가시던 날 운전수가, 검은 아저씨하고 둘이 가시니깐 너무 놀라서 당장 죽이는 줄 알고 엉엉 울고 절규하시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들 있다. 초점 없이 그냥 앉아 있는 사람, 영어로만 하는 사람, 쌍욕만 하는 사람, 인형을 포대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 앞치마처럼 큰 턱받이를 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사람, 금방 숨이 끊어질듯 숨을 가쁘게 쉬는 사람…….
하루는 엄마와 조용히 얘기를 하는데 앞 침대에 있는 할머니가 등 긁는 것(효자손) 으로 커튼을 치켜 올리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너무 외로워서 참견하고 싶은 것이다. 인생의 종점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고 서글프다.

열심히들 운동하고 미리 미리 예방하면 어떨까? 너와 나 누구도 양로원에 안가면 좋겠지만 안 갈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먹을 것이 없다거나 입을 것이 없을 때만이 아니다.
삶에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인생이란 여름아침 산 계곡에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것을…. 앞으로 100% 회복되는 치매약이 나와서 치매환자가 없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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