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는 어린이의 가장 좋은 친구

2012-05-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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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기(동물병원장/ 수의학박사)

늦은 저녁 시간이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소변 배설을 위해 개를 기꺼이 밖으로 데리고 나가거나 개가 응접실 카펫 위에 음식을 토해도 주저하지 않고 치우는 사람들이 있다. 또 자동차 좌석이 지저분하게 개털로 덮여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엔 밥을 굶고,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사람도 많은데 애완견에게 주는 사료와 생활용품, 의료혜택은 지나친 사치’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앞의 경우는 동물을 기르면서 얻는 혜택이 비용이나 수고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경우다. 이 같은 사실은 여러 연구 조사를 통해 확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로 부터 자주 듣는 고백이기도 하다.


갓 이민 와서 아이들만 집에 두고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해야 했던 시절, 기르던 개가 아이들을 다 키웠다고 까지 말하는 분도 보았다. 그 분에겐 애완동물이 책임있는(?) 한 가족이었던 것이다. 자녀들이 원해서 애완동물을 기르게 된 가정이 많은데 핵가족 시대의 가정에서 자라는 요즘 어린이들이 애완동물 특히 개를 기르게 되면 그로 인해 얻는 혜택이 참으로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살아있는 생명과 감정을 나누는 것은 자라는 어린이들의 사회성과 정서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어린이들은 자신에게만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 동물을 보면서 생명체에 대한 측은함을 느끼게 되고 식욕, 배설 등 동물의 생리현상을 감지하고 처리해 주면서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또한 애완동물의 욕구를 통해 어린 나이부터 인간들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할 수도 있다. 대인관계와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면 심리치료에 도움이 된다.

1962년 미국의 아동심리학자인 보리스 레빈슨 박사는 많은 방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과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던 한 어린이가 우연히 만난 레빈슨 박사의 애견과 어울리면서 점차 회복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동물치료법을 생각해냈다. 그 후로 자폐증,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 애완견을 이용하는 동물매개 심리치료가 효과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내성적인 어린이들의 사회성 회복에 도움이 되고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 애완견이다.

애완동물 기르기는 어린이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일련의 생명현상을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 인생교육이 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어린이들은 대개 기르던 동물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되고 아이들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추스르는 과정을 몸소 겪게 된다. 반면에 애완동물이 새끼를 낳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신비감을 느끼게 된다.

애완동물을 기르면 이처럼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애완동물을 기르기 전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애완동물이 장난감이 아닌 소중한 생명체임을 분명히 깨닫게 하고 동물 입양에 따른 책임이 크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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