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한대의 성과 올리는 투자

2012-05-21 (월)
크게 작게
허병렬 (교육가)

광고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 같다. 아무리 이윤을 바라고 투자하더라도 이 제목처럼 꿈 같은 성과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잠깐만, 이것은 광고가 아니고, 중간 보고니까 여기서 이야기를 접기로 하자.

지난 주말 뉴욕에서 ‘제26회 어린이 예술제’가 열렸다. 15학교가 참가한 이 모임은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선정된 장소가 쾌적하였다. 무대가 넓고 참가 학생들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둘째, 준비위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셋째, 참가내용이 다채로웠다.


이런 모든 여건이 모임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도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참가작품에 창조성이 보인 점이다. ‘견우와 직녀’를 인형극으로 꾸미고 등장 동물들을 의인화한 점, ‘방귀시합’의 주제 선택과 연출, ‘풍년 기원’에서 옛날에 즐기던 놀이의 재조명, ‘그림자 연극 소나기’의 주제 선택과 독특한 연출방법, 태권무 ‘쏘리 쏘리’의 태권도와 K-POP의 합성, 창작 모듬북(난타)의 수퍼맨의 두드림 등은 우리들의 사고하는 방향을 새롭게 개척하였고, 그 영역을 넓혔다.

또한 교사들이 학생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단지 기술의 전수가 아닌 그 바탕을 이루는 정신이었음이 분명하다. 지도교사들이 사용한 다음 어휘들이 이를 증명한다. 참 좋은 말, 한민족의 흥, 삶의 지혜, 너도 할 수 있어, 풍년 기원, 얼굴을 찌푸리지 말아요, 아름다운 이야기, 지구를 구하기 위한 한국인의 두드림... 등.옳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것은 한국적인 기능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그 바탕을 이루는 마음과 정신이다.

금년 어린이예술제에 국악 관계 공연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뉴욕한국문화원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년에 거기서 여러 학교에 대여형식으로 국악기를 제공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열악한 한국학교의 재정, 국악기를 주문하는 번거로움 등의 이유로 한국학교가 국악기를 비치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다행히 국악기를 협조받은 학교들이 이번에 독특한 한국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어린 마음과 몸으로 국악을 연주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을 것이다.

다 같이 넓은 들로 나가자. 너나없이 뛰어다니거나, 뒹굴거나, 벌렁 눕거나, 앉아서 쉬거나 할 것이다. 그것이 넓은 들의 유혹이다. 다 같이 바다로 가자. 물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거나, 물장구치거나, 물가의 조개껍질을 줍거나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다 같이 과일가게로 가자. 제각기 좋아하는 과일을 집어 맛있게 먹겠지. 오늘은 다 같이 도서관에 왔다. 어린이들은 그 많은 책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환경에 따라 잠재적인 욕구가 분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국악기를 보고 만지고 두드리면서 독특한 리듬을 배우려는 의욕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결과가 어린이 예술제에 발휘되었다. 한글을 배우라고 말하기 전에 재미있는 한국 동요책을 읽어주고, 한국 동화책을 선물로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예를 배우라고 말하기 전에 한국화를 보면서 특색을 이야기하고, 붓^ 먹 ^ 벼루 ^ 한지를 제공하면서 가지고 놀아보라고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운 이론보다 앞서 재미있는 놀이감을 주는 일이다.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다. 물렁물렁하고, 재미있어야 마음이 가고, 손에 쥐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말하자면 공부한다는 것은 또다른 장난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장난감 수효가 많을 수록 삶을 더 즐길 수 있다.

잠시 접었던 종이를 다시 펴보자. 무한대의 성과를 올리는 투자가 있겠는가. 있다. 그 답은 ‘교육’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그렇다. 그들의 잠재력이 무한대이기 때문에 필요한 투자를 하면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부모의 정성, 교사들의 학습지도, 사회의 교육적 환경, 국가의 철학 등이 한 곳으로 모이면 그들은 제각기 소질을 마음껏 편다. 현재의 어린 그들은 미래의 힘이고, 희망이고, 우리 생명의 연장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