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의료사기…부끄러운 한인사회 자화상

2012-05-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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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1팀 기자)

한인사회에 의료 사기 행각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본보 조사 결과, 지난 5년 간 메디케이드 사기 행각으로 자격이 박탈된 의사와 약사, 마사지사 등 한인 의료인들이 뉴욕주에서만 무려 33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본보 5월15일자 A1면> 이는 지난 30년간 한인 의료계 종사자 65명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것으로 절반 이상이 지난 5년간 무더기로 적발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에는 퀸즈 플러싱의 한인병원 2곳의 의사와 관계자들이 의료사기 혐의로 줄줄이 체포되기도 했다. 또 최근 한 한인 치과에서는 사랑니 하나를 뽑는데 무려 1만3,000달러의 보험료를 청구하며 실제로 실시하지 않은 안과검사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의료사기는 일부 한인 병원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으로 부끄러운 한인사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한인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기의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행위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인 환자들이나 범법 행위를 조장하는 의료기관이라는 지적이다. 한인병원의 한 관계자는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편법 임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적발된 병원을 이용한 노인들에 따르면 병원측은 메디케이드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교통편과 식료품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백 달러에 달하는 현금까지 제공받았다고 한다.의료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노인 환자들이 병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쉽게 현혹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료사기에 동조할 경우 자기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음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퀸즈한인회는 오는 18일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커뮤니티센터에서 한인사회를 대상으로‘메디케이드 남용 및 의료비 과다청구에 대한 대책 세미나’를 마련한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뉴욕일원에 만연돼 있는 의료사기 행각을 근절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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