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시작되는 기독교 WCC 분쟁

2012-05-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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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뉴욕트리니티 선교회/목사)

해묵은 한국 기독교 내부의 치열한 분쟁 원인인 WCC(세계기독교협의회) 논쟁이 한국기독교와 미국 한인기독교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다.
60-70년대 각 교회마다 내부에서 정말 시끄럽게 싸웠다. 바로 그 원인이 이 WCC 가입 찬반 논쟁이었다. 한국교회에는 이 황당한 ‘돌멩이’ 하나로 크게 상처 받고 분열되었다.

WCC(World Council of Churches)는 전 세계의 110개국 기독교 375 교단이 가입하여서 기독교 내 여러 교파 간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선교현장에서의 협력과 세계 평화를 위한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종교간의 대립을 방지하는 일 등을 하는 세계 기구이다.


그런데 분쟁의 원인은 1954년 미국에서 열린 2차 총회에서 시작됐다. 그 해 그리스, 터키, 유고 등 동방정교회가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소련이 대표단을 파견하고 상호 평화공존 유화정잭을 폈다. 우리나라도 이때 KNCC 이름으로 대표단을 보내어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소비에트와 연방 동구권이 회원으로 가입하자, 한국전쟁을 치룬 직후여서 우리나라 대표단 중 보수신학자들이 WCC를 용공주의 집단으로 성토하고 그냥 돌아왔다. 그 이후 WCC 가입 찬반을 놓고 한국기독교는 치열한 몸싸움이 일어나서, 교회와 교단 내부분열의 원인이 되었다. 당시 교회 내부의 치열한 싸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갔다.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국에서는 예수와 그리스도가 싸운다고 표현했었다. 그후 진보진영은 사회문제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보수진영은 복음중심 신앙사수 등 각각 자기의 신앙노선을 지향해 왔다. 그런데 지난 해 부터 다시 ‘보수대단결’의 기치를 내세우며,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그 이유는 2O13년 초 부산 벡스코에서 제10차 WCC총회(의장 김삼환 목사)개최가 확정되었고, 한국의 여러 교단이 연합해서 그 WCC준비위원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일로 더 바빠진 사람들은 오히려 보수교단 측이다. 보수교단은 WCC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활동을 시작했다. 남의 집안일을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일까? 이미 공격적인 세미나를 열고 단체를 만들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분열의 내홍도, 뉴욕한인교회협의회와 목사회의 치열한 파벌다툼도 사실은 이 WCC 찬반 논쟁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뉴욕에서는 보수교단협위회 조직을 준비하면서 ‘악마 WCC’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가졌다고 한다. WCC 배후로 지목받던 소련도 이미 사라져 갔다. 무슨 이유를 달아서 다시금 교회 강대상을 서로 차지하려는 부끄러운 몸싸움을 자녀들 앞에서 하려는가?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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