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의 처방전

2012-05-1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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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요일은 어머니날이다. 우리는 어머니를 통해 생명을 부여 받았고, 엄마와 첫 대면을 시작하며 세상에 나왔다. 아무리 거구의 씩씩한 남자들도 어려서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다녔고 엄마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어찌 어머니의 힘이 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전을 받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복용하며 몸이 낫기를 희망한다. 의사의 처방전은 잘 따른다. 그러나 어머니의 처방전에는 잘 순종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자란 자녀는 혼자서 성장했다고 착각할 때가 종종 있다.

나의 어머니는 개성 분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니 처방전을 나에게 참 다양하게 주셨다. 집안은 항상 정결해야 하며 빨래도 조금 모아지기 전에 빨리 하라고 재촉하시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의사의 처방전처럼 어머니가 자식에게 내린 처방전이었다.


이 불효를 지금에야 깨닫는다. 어머니의 처방전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고야 말았다. “어머니, 한국에 큰 오빠 댁에 가세요. 너무 피곤해서 살기가 힘들어요.”이 한 마디에 어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무너져 내리셨을까!

아들을 기르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도 아들에게 처방전을 내린다. “일찍 들어와라”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마라” “공부 열심히 해라” 등등 얼마나 많은 처방전을 주는가. 아들 또한 나와 똑 같은 대답을 한다. 자기를 피곤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아차 한다.

떠나시고 나면 소용없고, 후회한들 소용없다. 지금에야 어머니의 처방전이 그리워진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의 음성이 내 귓가에 맴돈다.


김민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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