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5-10 (목) 12:00:00
정수기 육각수로 헹군 상추에 메뚜기쌀밥 흑돼지삼겹살
조선된장에 마늘 풋고추를 얹어
우리들 사는 것도 이런 게 아니냐며
잘 산다는 것과 잘 싼다는 것은 같은 말이라며
세 식구 마주보며 미어지게 쌈을 먹는다
당당하게 쌈질해서 얻은 쌈을 생각하는데
요 정도 쌀 수 있는 형편이 얼마나 고마우냐며
아내가 맛나게 웃는다
여남은 식구 건사하느라
솥바닥 눌은 숭늉 불려 마시거나
밥알 없는 헛쌈 드시고는
가족들 밥 먹는 사이 동생 들쳐 업고 남새밭 돌다오시던
사는 동안 당신을 위해서는 한 번도 속 차게 싸본 적 없는
헛쌈 같은 어머니
김일태(1957 - ) ‘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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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食口).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구들 밥 먹이는 일이 부모님들의 가장 큰 일 중의 하나였다. 시 속의 ‘아내’는 그 시절을 지내온 사람인가 보다. 삼겹살까지 얹어 먹으며 쌀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을 고마워한다. 그리고 가족을 먹이시느라 당신을 위해서는 한 번도 속 차게 싸본 일 없는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에 대한 시도 많이 읽었고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많은 비유도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눈물나는 비유는 처음이다. ‘헛쌈 같은 어머니’라니.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