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의 목표는 위안부 기림비 확산 방지다

2012-05-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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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다니엘 이노우에’는 대통령에 버금간다는 연방상원내의 최고참인 하와이 출신의 일본계 상원의원이다. 그가 지팡이를 짚고 의사당에 나타나면 모든 의원들이 길을 비켜 도열하여 예의를 갖춘다. 미군으로 유럽전쟁에 나갔다가 팔을 한 짝 잃었다. 60년간 외팔이 상원의원이다.

1996년 공화당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의원과 시카고 후송병원 동기다. ‘밥 돌’은 유럽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어 버렸다. 둘은 같은 병실에 누워서 외팔이와 외손이 되었지만 정치인으로 애국의 길을 가자고 결의했다. 이노우에는 1952년에 민주당으로, 밥돌은 1974년에 공화당으로 (연방)상원의원이 되었다.


‘밥 돌’은 오직 백악관을 향해서 정치의 목표를 세웠지만 이노우에는 60년이 된 지금까지 줄곧 상원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대통령의 의회연설장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던 535명의 연방의원 전체가 기립을 했다. 필자는 MB의 등장인줄 알았는데 지팡이를 짚은 이노우에의 등장이었다. 이것이 워싱턴의 이노우에 권력이다. 이노우에는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을 반대했다. 그가 2차 대전 참전용사임에도 ‘아시아는 일본이 관리해야 평화가 유지된다’란 의지를 갖고 있다. 2007년 4월, 결의안에 동의한 의원숫자가 100명이 넘는 것을 보고서 이노우에는 아베총리를 워싱턴으로 불렀다. 일본 총리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먹힐 줄 알았던 것이다. 이노우에는 미국시민인 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을 몰랐다. 이노우에가 말렸지만 결의안은 그때로부터 꼭 4개월 후인 7월 마지막날에 만장일치로 통과 되었다.

필자는 2008년 콜로라도 덴버에서 이노우에를 만났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필자를 소개받고 ‘정말 잘했다’라고 부드럽게 격려하면서 필자를 안아 주기도 했다. 2010년에 뉴저지 팰팍에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했다. 연방하원에서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 되었음에도 일본정부가 꿈쩍도 않았다. 우리가 그냥 있으면 결의안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결의안을 바탕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을 알았다. 한인학생들을 모아서 (정치와 역사)공부를 시켰다. 이 (고등)학생들이 의지를 갖고 버겐카운티
의 의원들을 설득해서 기림비 건립에 동의를 받았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이노우에도 막지 못했다. 역사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숨겨 보겠다고 일본이 직접 나섰다. 지난주 뉴욕주재 일본총영사가 팰팍을 찾아왔다. 거액을 요구해도 줄 테니까 기림비를 철거하라는 요구다. 그리고 3일 만에 일본의 자민당 소속 중의원 4명이 왔다. 이들은 한술 더 떴다.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연방의회 결의안까지 부인하고 나섰다. 플러싱지역의 계획을 알고 일본총리실에서는 뉴욕시장을 접촉하기도 한다. 일본 전체가 아니고 일본의 전범권력인 자민당내 우파들의 발버둥이다. 그들의 생명줄은 미일관계니까 말이다.

일본의 목표는 기림비 철거가 아니고 타 지역으로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략은 역사적 사실이다 아니다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한국과 싸움을 일으키는 전략이다. 한국과 일본 간 분쟁에 미국은 중립이고 외면이다. 미국서 분쟁이슈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저들이 간파한 것이다. 은밀하게 치밀하고 집요한 저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걱정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몰려올까 두렵다. 일본관련 해서 미주한인들이 나선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미국내의 인권문제로 고스란히 잘 유지해 낼 수 있도록 한국이 도와주었으면 한다. 한국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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