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액의 비밀

2012-05-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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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도 꺾이거나 상처를 입으면 아픔을 느낀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거나 나쁜 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나무는 눈물 같은 하얀 액체를 분비한다. 이것이 유액이다. 유액은 나무가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거나 이겨내기 위해 흘리는 눈물이지만 자연과 사람에게 전달되어 놀라운 유익을 끼치고 있다.

나무의 유액 중 신비한 것은 옻나무 유액이다. 옻나무 유액으로 옻칠을 한가구는 색상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습도가 높은 곳에서도 나무가 뒤 틀리지 않고 천 년 이상 원형 그대로 보존된다. 만든 지 700년이나 지난 팔만대장경이 지금까지 글자 하나 손상되지 않고 보존 된 것도 옻칠 때문이었다.

아픔의 눈물인 유액은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 속의 조개도 아픔이 있을 때 유액을 만들어 배출한다. 연한 조개의 살 안으로 날카로운 모래알이 밀고 들어오면 조개는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에 직면한다.


이때 조개는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모래를 품고 눈물을 흘리는데 이것이 바로 조개의 유액인 나카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카가 두껍게 쌓이면 매우 단단해지면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이 된다. 이것이 진주다.

요즘은 진주 같은 사람을 만나보기 힘들다. 물질문명에 도취된 현대인은 화려한 진주 같은 성공과 결과를 열망하면서도 고난과 아픔을 이겨내는 눈물(유액)의 수고는 애써 기피하려고 한다.

특히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모험을 포기하고 쉽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좀 힘든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으면 쉽게 좌절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살아있는 것의 끈질긴 생명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창만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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