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5-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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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도 수평선도 한눈에 쏙 와 박히는
제주시 외도동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아파트 옥상에 서면
대낮에도 별이 뜬다

수성빌라 금성빌라 화성빌라 목성빌라
그것도 모자라서 1차, 2차 토성빌라
퇴출될 명왕성만은
여기서도 안 보인다

스스로 빛을 내야 별이라고 하느니
얼결에 궤도를 놓친 막막한 행성처럼
내 안에 실직의 사내
그 이름을 찾는다


문순자(1957 - ) ‘지구를 찾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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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명왕성이 빠진 모든 행성의 이름을 딴 빌라들이 있다니, 제주에는 빌라도 많고 별도 많은가 보다. 그런데 우리의 ‘지구’는 왜 빠졌을까. 너무 가까워 소홀하게 된 것일까. 가장 소중하고 사랑받아야 할 이름이 아니던가. 문득 지구는 내 안에 자리를 놓친 한 사내로 환치된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내가 보내야만 그 빛으로 환해지는 나의 행성, 그의 이름을 찾는다. 어딘가에 ‘지구빌라’도 숨어있을지 모른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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