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unhappy hour

2012-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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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기자)

뉴욕시가 주류 판매 업소의 ‘해피 아워(Happy Hour)’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토마스 팔리 시보건국장이 적극적으로 추진, 이미 보건국내에서도 몇 차례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피아워 법안 상정을 위해서는 뉴욕주 관련 법규 개정과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논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업주들을 긴장시킬만하다.

보건국의 입장은 이 같은 마케팅이 시민들을 음주문화에 노출시켜,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사실 지하철에서 잠든 취객들을 대상으로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뉴욕시라도 나서서 과음을 막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필 그 시기가 이때여야 하냐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제 중심지인 뉴욕조차 불황을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주들은 뉴욕시가 부과하는 과도한 벌금과 매출 하락의 이중고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위생등급표시제 실시 이후 몸살을 앓았던 요식 업주들 중 상당수는 해피아워까지
금지되면 부담이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초저녁으로 제한했던 트렌드에서 탈피, 해피아워 시간대를 자정으로 확대하는 등 해피아워를 주력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업소들도 등장하면서 해피아워 폐지에 대한 업주들의 불만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2가의 한 업주는 “손님이 조금 일찍 들어왔을 경우 해피아워 시작까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하곤 한다”라며 “해피아워에는 손님이 몰려 홀이 꽉 차지만 끝나면 썰렁해질 정도로 손님들이 해피아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주류와 더불어 안주 매출도 상당한데, 주류를 할인하지 못하게 되면 손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워 발걸음이 뜸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위생등급표시제 실시로 목을 죄더니 이제는 마케팅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팔리 보건국장은 2006년 뉴욕시에서 음주로 입원한 환자가 인구 10만명 당 209명이라며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택시운전자의 운전부주의로 입술이 찢어져 병원에 실려 온 승객의 혈액에서 알콜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승객의 입원사유를 음주로 기입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일단 팔리 국장이 내민 이 근거자료가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해피아워 폐지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도 좀더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과음은 해피아워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법제화 이후 업주들에게만 큰 피해
를 줄 수도 있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도 좋을 순 없다.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신중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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