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질환자 가족을 위한 지원모임

2012-04-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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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림(한미정신건강협회/ 플러싱병원 심리치료사)

사랑하는 자녀가, 형제자매, 혹은 아내나 남편이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았을 때 청전벽력 같은 충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질병과 달리 드러내놓고 주위 사람들에게 내색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한인들이 너무나 많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고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저 누가 알까봐 식구들끼리 `쉬쉬’ 하며 집안에서만 끙끙대기 일쑤다.

필자가 그런 가족들을 위해 NAMI(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 후원으로 지난 2008년 10월부터 해오고 있는 무료 가족 지원 그룹이 있다. 참석해서 정보도 나누고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끼리 위로도 되시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전화상으로 궁금한 문제만 상담을 하고 그룹참여는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 공통적으로 가족중에 정신과 질환이 있는 분들을 위한 무료 가족 지원 그룹이니 동병상련이라고 서로 이해하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에게 집안사를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는 한인들의 생활 방식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적은 것이 가족 지원 그룹이 미국인 그룹에 비해 규모가 작은 다른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다르다. NAMI 후원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 미국인 가족 모임이나 세미나에 참석해 보면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갖고 있는 정신과 질병으로 인한 어려움을 개선하고 더 나은 정부와 사람들의 관심과 혜택을 받아내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아주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얼마 전 참석한 세미나에서도 참석 인원 모두에게 엽서를 나눠 주고 상원의원과 주지사에게 엽서를 쓰게 했다. 그 자리에 나서서 참석자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분들은 현직 교사, 전직 군 대령, 사업가, 의사 등 각계 인사들이었는데 가족의 질병을 감추거나 축소하는 많은 한인들과는 참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국 얻어지는 결과는 적극적인 참여와 옹호를 하는 미국인 가족들은 이것저것 최대한의 혜택을 받지만 달팽이처럼 집안으로만 파고 들어가는 한인 가족들은 그처럼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여러가지 제약된 생활을 하면서 정당한 혜택도 받지 못하고 고통이 증가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심리적인 영향이 미치게 되고 우울증 증세로 고통받고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을 많이 본다.

가족들의 어려움과 교육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한미정신건강협회(KABHA)에서도 가족 지원 모임에 적극적인 후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족들을 위한 가족 지원 모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한인들도 어딘가에 있을 테니 이 글을 통해 그런 분들이 있으면 연락을 해서 지속적인 위안과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이 될 긴 여정을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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