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어떡하라고?

2012-04-27 (금)
크게 작게
민병임(논설위원)

24일 월스트릿 저널은 미 정부 보고서를 인용, 사회보장연금(소셜시큐리티)의 재정이 오는 2033년 바닥날 것이라고 보도했다.이 소식을 들은 직장인들은 너도나도 “나는 어떡하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성실히 일한 댓가로 받는 페이 첵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떼 가면서 자신의 은퇴 시에는 돌려받을 돈이 없다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동안 장기 불황으로 인해 연금 재정이 많이 빠져나갔고 앞으로 수령자들에 대한 지급액은 자동적으로 25% 삭감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연금수급 연령 상향 조정 소식도 들리는데 그렇다면 노인 취업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는 판국이 아닌가. 최근 노스이스턴 대학 노동시장연구센터 등의 대졸자 취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25세 이하 대졸자 중 절반이 넘는 53.6%에 이르는 150만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용케 취직이 되어도 전공과는 상관없는 웨이터, 웨이트레스, 바텐더, 안내 및 판매요원 등이며 올 대학 졸업생들도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2차 대전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8,000만 명의 베이비 붐 시대가 모두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받는다. 올해부터 이들은 은퇴를 시작하고 있다.미국은 외국에서 온 젊은 이민층의 유입으로 고령화 속도가 다른 선진 여러 나라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베이비붐 시대가 점차 노인층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들이 85세 이상이 되는 2030년 이후에는 고령층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미국 노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와 관련된 노인복지법은 1965년 제정되었고 그후 이십여 차례 개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연금 개혁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은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올 가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에 지장 갈 까봐 어느 측도 연금개혁안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 정부는 곧 연금개혁안에 대해 연구해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사람의 인생이 단 한번인데 평생 일만 하다가 갈 수는 없다. 그동안 열심히 살면서 자식들을 다 키웠으니 남은 인생은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 별도의 노후자금이 약소한데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대폭 삭감되어 허리가 꼬부라져서도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또 자식에게 부담을 지운다면 그야말로 “오래 사는 게 욕이다”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동양적인 ‘효’의 개념을 불어넣어 ‘함께 살면서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 두가지를 해결한다’고 할 때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란 아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현재 미국이 처한 가족문제를 극복하고 고령화에 대한 노후 복지의 대안이라 해도 부모가 나이 들면 양로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고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맞지 않다.

그렇다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없는 직장인들은 “저축이 최선이야, 월급의 50%는 무조건 저축해”하는 말이 나올 것이다.그러면 뭘 먹고 살란 말인가, 또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지, 자신이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는 노후를 위해 “나는 일주일에 한번은 친구와 바에 가서 술 마셔야 해, 일 년에 한번 멋진 곳으로 휴가도 가야해” 하는 젊은이에게 삶의 재미를 포기하고 돈만 모으라고 할 수도 없다.자, 그러면 연방정부, 주정부, 어디에도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노후를 설계할 방법 밖에 없다.첫째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 건강보험이 있어도 진찰비, 검사비가 만만찮다. 또 제2의, 제3의 직업을 찾아서 되도록 오래 일터에 있어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는 좀 더 오래 가게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70살쯤 살 줄 알고 있는 돈을 다 써버렸는데 100살까지 살게 되면 어떡하지?” 미 금융회사 찰스 슈왑의 티모시 메카시 전 사장이 쓴 ‘일본인이여, 돈에 눈을 떠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 남의 일이 아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