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의 장애인

2012-04-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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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장애인 하면 많은 사람들은 신체적 장애인만 장애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반드시 육체적 장애인만 장애인은 아니다.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도 장애인에 속한다. 그런 사람들은 마음의 장애인이라 부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 정상적인 것 같지만 마음속이 온갖 시기와 질투, 음모와 사기 및 이기심 등으로 가득 찬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더 심각한 장애인에 속한다. 외형의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이 너무나 순수한 것을 본다. 마음에 때가 묻어 있지를 않다. 남을 속일 줄도 모른다. 남을 음모하거나 사기 친다는 것, 더더욱 엄두도 못 낸다. 욕심도 없다. 욕심이 있다면 긍정적인 욕심, 즉 하루하루를 무사히 즐겁게 살아보려고 하는 욕심일 것이다. <장자>의 ‘덕충부’편엔 외형이 불완전한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자. 한쪽 발이 없는 왕태와 신도가 및 숙산무지. 기이하기 짝이 없게 생긴 애태타. 절름
발이, 꼽추에 언청이인 인기지리무신. 큰 혹이 달린 옹앙대영 등. 장자는 이들의 덕을 소개하며 내면의 덕이 뛰어나면 외형 따위는 잊게 된다고 말한다.


‘덕충부’엔 덕망이 높은 왕태에 대해 공자의 제자 상계가 공자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장애인인 왕태가 어떻게 그런 덕을 쌓았냐고. 공자는 “왕태와 같은 자는 마음을 덕의 조화된 경지에서 노닐게 하여, 만물에 대해 그 동일한 것인 본질을 보고 외형상의 변화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 그 발을 잃은 일 따위는 흙을 떨어 버리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외형이 장애를 입었다고 그 속, 즉 내면의 마음까지 장애인은 아니다. 우리 주위를 보면 장애인이면서도 세계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영국의 스티븐 호킹(70)박사. 전신마비다. 22살에 루게릭병에 걸려 평생 휠체어를 타며 살고 있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스티븐 호킹을 일컬어 “살아있는 전설”이라 말한다. 호킹의 업적이 그것을 대변해 준다. 그는 ‘빅뱅’과 ‘아기우주’ 등 불랙홀의 우주론과 양자 중력의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32살의 젊은 나이로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되었고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는 런던 선데이타임즈 베스트셀러 237주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얼마 전 타계한 강영우박사.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유학 와 장애인(한인) 제1호 박사(피츠버그대 교육철학)학위를 받았다. 그는 실명의 고통과 사회의 편견을 이겨낸 위대한 한국인이었다. 죽기 전 수십만 달러를 재단에 기부하기도 한 그는 훌륭한 두 아들(변호사와 의사)을 키워냈고 의지만 있다면 장애는 장벽이 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가끔 방송을 통해 휠체어에 타고 업무를 보는 루즈벨트대통령의 옛날 모습을 볼 수 있다. 1921년 그의 나이 30대 후반에 어느 별장의 호수에 빠져 소아마비가 된 그는 역경을 디디고 일어나 미국 32대 대통령이 되었다. 역사에 남을 3선까지 기록했으며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뉴딜정책을 펴 미국을 대공황으로부터 탈출시켰다.

이밖에도 외형적인 장애를 가졌으나 내면을 살려 인류사에 기여한 장애자들은 너무나 많다. <신념을 가져라>의 저서를 남긴 헬렌켈러, 영혼의 목소리 호세 펠리치아노, 의자위의 지휘자 제프리 테이트, 외팔이 드러머 릭 앨런, 흑인 팝 음악의 전설 시각장애인 스티브 원더, 소아마비 육상선수 루돌프, 실명한 채 <실락원>을 쓴 밀턴 등등.

성서 마가복음(7:15-23)을 보면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는 음식보다 사람을 더 더럽힌다는 내용이 있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생각, 음란, 도적질, 살인, 간음, 탐욕, 악독, 속임, 음탕, 흘리는 눈, 훼방, 교만, 광패 등이다. 이렇게 나쁜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마음의 장애인이라 할 수 있겠다.

외형적인 장애는 좀 불편할 뿐이다. 그것은 외형적일 뿐이다. 그것이 죄가 되거나 누가 되진 않는다. 부덕도 아니다. 사람 중 10분의 1이 장애자란 통계가 있다. 나머지 10분의9인 정상적인 사람들 속엔 더 많은 마음의 장애자들이 살고 있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혹여나 나 자신은 마음의 장애인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달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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