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와 자녀의 갈등 그리고 해결책

2012-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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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디(한미정신건강협회/그레잇넥학군 소셜워커)

세대차이로 인해 오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나라, 인종, 문화를 구별하지 않고 대부분 겪게 되는 문제이지만 이민 가정은 그들만의 좀 더 독특한 문제들이 있음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학생들의 약 22%가 이민자 부모의 자녀인 것으로 파악되며 이중에서 한인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이민자 부모와 자녀가 겪는 세대갈등은 일반 가정과 비교해 적어도 2가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첫째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언어 차이로 인해 대화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세대는 한국어가 더 편하고 자녀들은 한국어를 어렸을 때 잘 했어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가 더 편해져 한국어를 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언어차이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좁아지고 오해가 생기기 쉽다. 둘째는, 부모와 자녀가 겪는 문화차이로 인해 더 많은 충돌이 생길 수 있다.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 부모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가 더 많은 부모에 비해 자녀들은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는 미국인으로 본인들의 정체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차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심한 갈등을 겪게 되는 사례가 많다.


한인 자녀들을 대하면서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우리 부모님은 학교 공부에만 관심이 있어요” “저는 아빠랑 할 말이 없어요” 아님 “엄마랑 할말이 없어요” “집에 가면 전 주로 방에서 나오지 않아요” “부모님은 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요”라는 등의 불만을 들을 때가 많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한인 아동과 청소년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증이 높고 자신감이 낮다고 한다. 어떤 연구는 부모와 갈등이 높은 동양인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살시도가 30배가량 높다는 결과를 발표 한 바 있다. 2008년 Office of Minority Health 조사에 의하면 동양인 여성나이 15-24세 사이가 어느 인종보다도 가장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
났다.

자녀의 자존감은 부모가 만들어 준다. 이는 자녀가 본인 스스로를 소중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 부모로 부터이기에 부모와의 소통이 그들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 부모들의 경우 실망감이나 분노감 등의 표현은 자녀에게 잘하는 데 비해 애정 표현은 적은 상황이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랄 권리가 있다. 사랑은 그러나 표현이 되었을 때 진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많은 부모의 경우 헌신의 삶
을 살고 이것이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이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자녀들의 경우 부모들의 표현이 사랑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이해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을 부모들이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해 줌이 중요하다. 자녀의 생각과 가치관이 부모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로 자녀의 인격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녀는 청소년으로서 힘들게 그 역할을 잘하고 있고, 나도 힘들지만 부모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서로간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때때로 힘들 때가 있지만 서로의 존중만이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길임을 기억하자. 부모는 자녀를 존중함으로, 자녀도 진심으로 부모를 존중함으로 건강한 가정과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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