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령임신

2012-04-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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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다. 더욱이 음력 3월은 윤달(辰月)로 용의 달까지 겹쳐 두 마리의 용이 만나 운수대통하는 해다. 2012년 올해 출산하려는 산모들이 많아지고 대리모 임신까지 총동원되어 흑룡의 아기를 가지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뉴욕의 중심 맨하탄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환상의 도시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환락의 도가니,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티로 인해 밤이 새도록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구태여 결혼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삶을 만끽하는 나이든 싱글들의 천국이다.

어느 부부 의학박사가 늦둥이를 낳았다. 그들은 힘든 공부를 끝내다 보니 결혼이 늦어졌다. 당연히 천재가 탄생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몽고리안 병을 가진 지적저능아가 출산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소아당뇨병까지 겹쳐 혈액 검사를 자주 받으며 고생하고 있다. 또 집안 망신이라며, 창피하다며, 장애아 자녀를 내다버린 파렴치한 박사도 있다. 차라리 임신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40대 이후에서 몽고병 임신 가능성은 약 1/10 가량이 된다. 우리 부모세대는 40대가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 대접을 받았었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수명도 길어지고 외모는 젊어보이지만 생리학적으로는 30대 이후부터 벌써 노화현상이 진행되어 가고 있다. 임신후 첫 3개월은 아기의 장기조직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알콜, 흡연, 마약중독, X선 노출 전신마취 등은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삼가야 한다. 요즘 한국에는 뇌성마비, 저능아, 신체이상을 가진 아기의 출산율이 과거에 비해서 높아졌다. 6.25동란과 월남전 이후에는 전쟁 상이군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요즘에는 고령임신 부작용으로 인한 지체 불량아들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자궁경부 이완이 불완전하여 순산이 힘들어지고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모든 수술에는 항상 출혈, 감염, 사망 등 많은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임신초기부터 비정상 아이가 출산될까봐 두려워하며 때로는 사나운 악몽속에 시달리다가 분만후 이목구비를 살피고 손가락, 발가락을 만져보고 정상임을 확인한 후에야 가족들과 함께 모두 다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장애아를 양육하는 데는 평생동안 특별시설이 필요하고, 대부분은 간병인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 그 많은 경비는 모두 우리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집안에 우환이 없는 가정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불체자만 골라서 입양하는 천사같은 미국인 가정도 많다. 이들은 예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진정한 크리스챤들이다.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은 떨어져서 점점 고령화 되어가는 현대사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령출산으로 건강하지 못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오히려 사회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가져 올 것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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