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심은 천심이다

2012-04-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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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한국의 제19대 총선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국민이 아직은 안정 속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지역주의 갈등과 정서가 있는 그대로 표에 드러났다는 사실. 세 번째는 민심을 흔들어 놓은 어느 야당 후보의 막말에 실망을 한 사람들의 표가 여당표로 몰려 그가 여당에 효자 노릇을 했다는 아이러니다.

진보를 지향하는 야당이 MB정권의 정책 실책에 대한 심판으로 이번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각할 줄 알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완전히 틀렸다. 어쩌면 총선을 점친 전문가들의 예견도 빗나갔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진보와 개혁, 심판 쪽으로만 가려하는 야당의 정책에 쐐기를 박은 꼴이다. 국민은 안정을 원한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석이 152석이어 과반수를 넘었지만 무소속 3의석과 자유선진당 5석을 제외한 진보 야당의 의석이 140석이다. 총 300석에서 140석은 작은 수가 아니다. 이들이 힘을 합한다면 얼마든지 보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나라를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의 이상한 쪽으로 향해 나가게 할 수도 있단 얘기다.


안정 속에 쇄신을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8개월 후로 다가온 대선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19대 총선 승리의 대세를 그대로 몰고 갈 새누리당이 대선마저 이긴다면 국민들은 더 안심을 하며 살게 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진보를 벗어난 종북, 좌파의 확산은 더 어려워 질 것이나 대북관계만큼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한반도 이남의 지역 내 정서와 갈등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이번 총선에선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전라남북도 22의석 중 무소속 1의석을 제외한 모두가 야당석이다. 반면, 경상남북도 31의석 중 무소속 1의석을 제외한 모두가 여당석이다. 전라도 광주(8석)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당 전무. 대구(12석)와 울산(6석)은 야당이 전무. 부산(18석)만 야당 2석이다.

고구려 땅이었던 북한 지역은 같은 말 같은 글을 쓰면서도 원수와 같이 지낸지 어언 60여년. 지금도 38선엔 철책이 쳐져 있다. 북한쪽은 지방색이 틀린 게 아니라 아예 남의 나라다. 신라의 땅이었던 경상도와 백제의 땅이었던 전라도.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아직도 지방 정서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걸까.
“한국교회는 일종의 범죄 집단, 척결대상, 누가 정권 잡아도 무너질 개신교” “테러 조직 사서 미사일 날려가지고 자유의 여신상 xx에 꽂히도록 하는 거죠” “(미국에서)북한을 반대하는 세력이면 민간인이고 뭐고 간에 총으로 갈기는 거예요” “부인하고만 x(성관계)치라는 법은 없거든요. 어떤 여자하고도 x을 치더라도 항상 호적에 기재될 수 있도록”등등.

서울 노원(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통합당 김용민(36)후보의 말들. 2004년 11월~2005년 2월 사이에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코너에 나와 한 말들이다. 지난 말들이지만, 이 말들이 신문지상을 통해 언급되자 여성단체와 종교단체 및 애국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그의 후보사퇴를 종용했다. 한명숙대표는 듣지 않았다.결과는 낙마. 낙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여성을 비하하고 종교를 침해하고 애국을 모르는, 검증되지 못한 사람을 누가 국회로 보내겠는가. 김용민을 후퇴시키지 않아 야당 15의석이 줄었다고도 평가한다. 김용민은 ‘나꼼수’의 한 명이다. 그는 나꼼수가 젊은이들과 진보와 좌파에게 큰 인기를 얻자, 그 인기몰이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줄 알았나보다.
표밭은 마음에 있다.

표심을 사로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출사표를 던진 사람의 행실과 언행이 건전하지 못하면 안 된다. 아무리 사람들에게 굽실거려 절하고 한 표를 부탁해도 그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떨어지게 돼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막을 자 없다. 사람의 마음이 합하여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표심이다. 한국국민은 안정속의 쇄신을 원하고 있다. 진보와 좌파가 판치는 세상 같지만 소리 없는 중도와 보수가 한국을 지탱해주고 있다. 한국국민, 봉은 아니다. 막말하는 사람을 그들의 대표로 삼지는 않는다. 깊게 패인 골의 지역주의를 타파할 방법은 없을까. 세월이 가면 해결 될 게다. 19대 한국총선에서 나타난 민심.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도 민심이그대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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