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한 언론

2012-04-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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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한국 19대 국회를 여는 4.11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약진한 총선은 최초의 재외국민선거권으로 미주한인들에게도 큰 화제가 되었다. 신문사로 한국 총선 결과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한국선거는 비록 미국 시민권자일지라도 자신의 뿌리인 고국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궁금했던 것이 언론은 정치인의 말을 검증하여 제대로 보도 했을까, 편파 왜곡 보도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아닐까 였다.중도를 걷는 언론도 있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언론도 부지기수. 그래도 언론사라면 최고 지성인들이 모인다는 곳인데, 자존심 지키며 정당하고 깨끗하게 살기가 참말로 어려운 것인가 싶었다.

프랑스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가 있다. 파리 시내 군사박물관 옆 금빛 돔 아래 신전처럼 거대하게 꾸며진 앵발리드 묘소의 나폴레옹 관을 보면 그가 프랑스인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혁명가이자 군인, 독재자였던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에 실패하고 1814년 파리가 함락당하며 황제에서 추방되어 엘바섬으로 유배되었다. 1년 후 나폴레옹은 엘바섬을 탈출하여 파리로 다시 진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그때 프랑스의 르 모니퇴르(Le Moniteur) 지는 엘바에서 파리까지 나폴레옹의 시시각각 움직임을 신문 헤드라인에 이렇게 올렸다.

악마, 동굴을 떠나다 → 코르시카 출신의 늑대, 후앙만에 상륙 → 성난 호랑이, 가프에 나타나다 → 야수, 그르노블에서 밤을 보내다 → 전제황제, 리옹에 진입 → 보나파르트는 북방으로 진격 중 → 황제, 퐁텐블로(파리 근교) 도착 → 높고도 귀한 황제폐하, 어젯밤 취일리 궁전에 입성.1815년 2월 15일 나폴레옹이 엘바섬을 탈출하여 한달이 갓 지난 3월 20일 파리에 무혈입성하기까지 언론이 시간대별로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보여준다.


나폴레옹이 다시 황제로 컴백할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악마에서 황제가 되었다. 권력자에 약하고 굽신거리는 아첨꾼을 본다. 언론이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이 바람에 파리의 반대파들은 시시각각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으로 스스로 문을 열었다. 언론이 미친 영향력이다. 물론 당시 프랑스 언론의 수준이 저급하기는 했다.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마자 언론을 통폐합하고 비밀경찰을 조직해서 철저하게 사찰하고 탄압한 결과였다. 그 많던 언론이 4개로 통합되며 남은 언론은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나옴에 따라 파업 중인 TV 방송국 사태가 앞으로 어찌 될 지 궁금하다. 낙하산 사장 퇴진과 정부 편향 보도에 맞서 공정방송 복원을 요구하며 시작된 KBS, MBC, YTN 파업이 두 달이 훨씬 넘었다.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뉴욕 한인들도 즐겨보던 MBC 예능프로그램이 개점휴업상태이고 그나마 정상방송 되고 있는 드라마들이 차기작으로 고민하다가 연장방송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참으로 언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헌법이 부여하는 표현의 자유에 기초하여 공공의 문제를 알리고 비판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삼고 있다. 한국의 사태는 건강한 언론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일 것이다.

요즘은 편파적인 언론에 국민들이 넘어가진 않는다. 발달된 미디어 문화로 인해 국민 스스로가 사회현상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중국, 대만 등 세계 수십여 국에서 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현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재선을 위해 나설 것이고 공화당 대선후보로는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가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의 언론들이 두 대선주자가 가는 방향에 따라 어찌 반응하는 지, 또한 한국의 대선주자가 확정되고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언론이 어찌 움직일 지 그 방향이 자못 흥미롭다. 신문의 헤드라인을 모아볼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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