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빼앗긴 동족의 인권

2012-04-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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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6.25동란으로 인해 생긴 남북한 이산가족은 1,000만 명이나 된다. 전쟁이 종료된 지 어언 60년이 넘었음에도 이들은 아직까지 서로 만나지 못하고 대부분 한을 품고 이미 세상을 하직했다. 그나마 지금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희망은 꿈에도 생시에도 잊지못할 피붙이와의 재회이다. 요행히도 이들에 대한 가족상봉은 2000년도 서울과 평양에서 극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매년
두 차례씩 열리던 것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정례화를 목표로 2008년도 문을 연 금강산 면회소에서는 겨우 두 회의 상봉행사가 열렸을 뿐, 이제는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있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인 핏줄의 만남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북한은 지금도 오히려 기회가 되면 호시탐탐 남한을 교란시킬 준비에 혈안이다. 주민의 생계는 저리가고 어떻게 해서든 정권 유지에 필요한 군무장과 핵보유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계획으로 남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세 과시를 하면서 위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지금도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중국으로 탈북하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 숨어살며 남자는 노동일을, 여자들은 대부분 성노리개로 인간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미국정부가 한국인 천기원 선교사의 탈북자 구제활동을 제작한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Seoul Train)’과 미국의 유명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2009년도 2월호에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제 3국으로 구조되는 탈북자들의 모습이 담긴 애처로운 장면들이 나온다. 그나마 이렇게 운이 좋은 탈북자는 중국국경에서 브로커들에게 넘겨져 그들을 인계받은 구조원과 함께 기차를 타고 수차례에 걸친 삼엄한 조사 끝에 태국 등 제 3국으로 아슬아슬하게 구출된다.


인권단체 USCR이 폭로한 세계 난민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중국당국에 의해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은 강제노역장에 보내지거나 고문을 당하고 일부는 처형을 당한다고 한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악랄한 통치방법을 쓰고 있다. 탈북자에 대한 탄압은 3대 김정은의 세습이후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한다. 전에는 중국국경에 탈북자 감시 공안원을 5,6명밖에 두지 않았는데 지금은 50명이나 되는 인원을 파견, 탈북자들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90년대 중 ^ 후반 1차 고난의 행군 당시 300-400만명의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고 맨발에 낡은 담요를 걸치고 구걸하며 노숙하는 어린 꽃제비들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될 정도로 상황이 참혹했다. 이는 인권단체들에 의해서 이미 알려진 바다. 이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이들은 최소한 인간이 누려야 할 먹을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한 탈북자 돕기 기관에 의하면 탈북자들은 보통 브로커들에게 한 명당 2,000-3,000달러씩 건네진 후 구조돼 온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라도 한국이나 미국에 건너와 살 수 있게 되는 탈북자는 그야말로 행운이고 기적이다. 현재 천 선교사에 의해서만 미국에 건너온 탈북자 수는 약 120여명, 한국에도 1,000여명이 구조돼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피붙이를 마음대로 만나고 자유로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다.

세계인권선언문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어떠한 종류에도 차별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의 폭정에서 신음하는 우리 동족에게 인간으로 살면서 적어도 피붙이를 만날 권리, 배고프지 않을 권리를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것인가. 재미한인의 입장에서 동족의 인권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깊이 고뇌할 필요가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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