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둘이 하나되다

2012-04-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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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수수께끼 하나. ‘둘이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젓가락 한 벌, 신 한 켤레, 장갑 한 벌, 양말과 버선 한 켤레, 또...’그런데, 수수께끼의 참 뜻은 무엇인가?’ 둘이 하나씩 따로 있지만, 꼭 둘이 힘을 합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생각해보자. 둘이지만 하나가 되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 손뼉치기, 다듬이질 할 때의 방망이, 듀엣의 짝, 벼루와 먹... 등이 언뜻 생각난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것을 가끔 잊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사람들 중에 70세가 넘은 사람들은 소위 어렸을 때 일제시대에 겪은 일들과 북한을 자유로 오가던 일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살던 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신의주와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했다. 압록강 철교를 걸어서 건너가 지금의 단동(전 안동현)에서 마차를 탄 사진이 있다. 신의주에서는 제재소 안에 떠있는 뗏목을 쓰기 좋은 목재로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았다.


평양은 큰 도시였다. 을밀대에 올라가 대동강 물줄기를 보던 생각도 뚜렷하다. 또 여학교 시절에는 일요일에 개성 호스돈학교에 가서 테니스시합을 응원하고 서울로 되돌아 왔다. 그때마다 여권을 가지고 여행을 하였나? 무슨 소리인가. 뉴욕에서 마이애미에 가거나, 서울에서 부산에 갈 때 여권이 필요한가. 서울과 평양이 한 나라 안의 두 도시인데 왜 여권이 필요했겠나.

그런데 현재는 어떠한가. 멀고 먼 두 나라가 되어 버렸고, 제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것은 마치 지긋지긋한 무더위 속에서 한줄기 소나기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정 감독은 ‘남북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아리랑을 선곡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을 계기로 남북한 음악가들의 합동 연주회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즉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목이라는 의미는, 큰 일을 하기 위한 부분적인 접근이라는 뜻이다.

한반도 38도선 분할 통치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합의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6.25 한국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예로부터 우리가 겪는 고통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인 것을 체념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보다 앞서 통일된 독일은 그들의 염원이 강했고, 통일 후의 고통도 인내심으로 극복하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낸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만이 분단국으로 남게 되었으며, 우리만이 아는 고통을 겪고 있다.

윤석중 선생님이 지으신 ‘되었다 통일;을 다시 읽는다. <되었다, 통일/ 무엇이? 산맥이/ 그렇다. 우리 나라 산맥은/ 한줄기다. 한 줄기./ 되었다, 통일./ 무엇이? 강들이/ 그렇다, 두만강과 낙동강이 바다에서 만난다./ 되었다, 통일/ 무엇이? 꽃들이/ 그렇다, 봄만 되면 진달래/ 활짝 핀다, 일제히./ 되었다, 통일./ 무엇이? 새들이/ 그렇다. 팔도 강산 구경을/ 마음대로 다닌다./ 통일이 통일이/ 우리만 남았다./ 사람만 남았다.

정말이다. 사람만 남았다. 그래서 분단상태가 너무 길어짐에 따라, 한 나라로 같이 살던 체험이 전연 없는 세대들이 ‘통일’의 의미를 또렷하게 인식하지 못할까봐 염려된다. 정말 ‘둘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은 한민족의 통일이다. 그 때가 되면 더 힘 있는 나라로서 더 활발하게 세계에 공헌할 것이다.
다시 수수께끼로 돌아간다. 둘이 하나가 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첫째, 힘이 강해진다. 둘이 뭉친 하나는 두배의 국가의식을 가지게 된다. 둘째, 온 국민의 자부심이 커진다. 셋째, 경제력이 강화된다. 제조업과 수출 수입량이 증가된다. 넷째, 국제 신용도가 높아진다. 다섯째, 국민의 행복감이 향상된다. 등등 제대로 된 하나의 국가를 이룬다. 즉 한국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과연 그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나? 분명한 것은 결정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민의 하나가 되려는 염원의 강력함과 끈질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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