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끔찍한 무차별 총격사건

2012-04-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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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오이코스대학에서 2일 발생한 40대 한인의 무차별 총격사건은 2007년도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조승희군의 총기난사 사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충격적이다. 범인은 이날 교정에 들어가 여직원 한명을 인질로 잡았다. 그리고는 무서워서 도망치는 학생과 직원들을 향해 한명씩 차례로 총을 쏴 7명을 죽이고 3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저질렀다. 무차별총격으로 한순간에 32명의 목숨을 앗아가 전 미국을 경악케 만들었던 조승희 사건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또 한인에 의해 발생돼 할 말을 잃게 한다. 너무나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는 사건이다. 범인은 사건 후 남의 차를 타고 인근 샤핑몰로 도주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서 체포됐다.

사건의 배경은 사회에서 낙오된 한 개인의 좌절감과 증오심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혼에다 어머니와 동생의 사망, 렌트비 체납, 학교에서 영어미숙으로 당한 왕따, 중퇴 등에 대한 소외감과 수치심, 분노, 좌절감 등을 이기지 못해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인이고,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또 한인들 사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인사회가 한마음이 되어 소외된 약자나 인생낙오자들의 아픔에 더욱 가까이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는 사건이다. 한인들은 경제적 문제에다 특히 언어장애, 이국에서의 외로움과 적응문제 등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우리가 서로 돕고 갈등이나 마찰의 소지를 없애고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 본인 스스로의 분노 다스리기,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번 참사는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봉사단체, 상담기관들의 더욱 적극적이고도 직접적인 활동과 역할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또한 총기소지 허용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오범죄가 언제든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루속히 총기규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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