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로 보고 살자

2012-03-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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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아직 그리스에 가본 적이 없다. 그곳은 고대 그리스 시절 제우스신을 비롯 12신이 모여 인간과 함께 놀았다는 신화가 서린 언덕과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 신전 등 신전과 유물이 가득한 헬레니즘의 고향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리스를 다녀온 후 유럽여행 에세이집 ‘먼 북소리’를 썼다. 작가는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웬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루키가 북소리를 따라 달려간 그리스에서 쓰기 시작한 소설이 지금도 베스터 셀러로 잘 팔리고 있는 ‘상실의 시대’이다. 그가 머문 스펫체스 섬, 미코노스 섬, 크레타 섬, 로도스 섬, 하루키 섬들, 그리고 요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산토리니 등 조용하고 아름다운 그리스 섬에 가보고 싶지만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인 그리스의 경제난은 갈 날을 더욱 멀게 만든다.

물론 나라의 경제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되어도 정치에 관심 없는 국민들은 그 상황을 쉽게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물가가 폭등하고 주위 사람이나 자신의 가족이 직장이 없어지면 그때에야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 아우성친다.유럽 경제 위기의 시발지인 그리스가 지난 9일 유로존의 2차 구제금용지원 전제 조건인 국채 교환 협상에 성공하면서 당장 디폴트 위기의 급한 불은 껐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최종 승인했다. 1980년대 초까지도 그리스 경제는 좋았지만 불과 30년 만에 망하게 된 그리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복지 운운하며 달콤한 공약을 남발했고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제의 약화, 공무원의 부정부패와 자영업자, 변호사, 의사 등 부유층의 탈세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재외국민 투표가 28일 시작되었다. 오는 4월 2일까지 뉴욕총영사관으로 가서 투표를 해야 하는데 재외선거인 등록을 한 한인들은 언제 시간을 내어 갈 것인지,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인지 자못 고민 중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뉴욕에 있는 우리로서는 신문과 TV, 인터넷을 통해 각 정당이 내세우는 공약, 정책 비전을 잘 살펴보고 투표 할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정책으로 새누리당은 청장년 해외진출 지원과 국민여행 편익증진, 민주통합당은 해외한인언론 특별지원법 추진, 해외창업 및 청년취업 정보센터 설치, 자유선진당은 한국내 재외국민 활동 지원, 3개월내 일시 귀국자에게 의료보험 혜택 부여 등을 추진할 것이라 한다. 이처럼, 여당과 야당이 내놓는 공약 중에 조금씩 다른 복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새누리당은 초중고 아침 무료지급· 0~5세 전면무상교육·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민주통합당은 사병 제대시 사회복귀 지원금, 사회복지지원정책,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공약의 실현가능성, 합리성, 효율성에 대해 고개를 흔들며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무조건 표 하나를 더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복지정책으로 인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면 더 바랄 바가 없다. 하지만 사회보장 혜택에 발목 잡혀 국가 재정이 바닥나고 근로의욕을 꺾는다면 복지는 오히려 해악이 된다. 미국에 살다보니 은퇴하면 받을 소셜 시큐리티 연금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부터 머잖아 소셜 시큐리티 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나날이 중산층의 세금은 올라가고 젊은이들은 평생 일해서 빈곤층과 노인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니게 되었다. 현재 미국은 저소득층 대상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향후 10년간 줄이고 은퇴 노인을 위한 메디케어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미국도 올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다양한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바로 보고 사는 것은 중요하다. 올바른 판단이 세상을 바로 보게 하고
그 나라의 미래를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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