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력 한계

2012-03-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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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한국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작금 필립 권의 뉴저지주 대법원판사 인준 부결을 놓고 ‘외양간 고칠’ 생각은 염두에도 없고 세간에 말만 무성한 현실이 실망스러워 졸필을 들었다. 한국인 2세가 주 대법원판사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하고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보지명을 확정받도록 전폭 지원하는 한인사회의 조직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처사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또한 어느 단체에게도 그 책임을 전가시키고 탓을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한인사회에 불거지는 사건마다 보면 항상 사전 대비책이 없고 조직적인 체계 마련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말만 앞세우고 공론만 무성한 유명무실한 회합만을 단편적으로 이어간 우리 한인사회 역사를 부정하거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단체는 많은데 일꾼은 없고 단적으로 단언해서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신경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영달을 추구하는 폐단에 빠져있다 보니 한인전체의 권익과 발전을 위해서는 남의 일 보듯 방관하는 결과만을 초래하곤 했다.


이번 인준 결정에 과연 우리는 조직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지원했는가를 돌이켜봐야 한다. 한마디로 결집력 부재, 정치력 한계를 느끼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제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각 분야의 지도자 및 단체들과의 연계를 공고히 하는데 총력을 경주하고 한인들의 집약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우리만의 ‘연대’를 구성, 운영해야 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그나마 있는 단체마다 주기적으로 감투싸움과 분쟁을 일으키는가하면 전체와 다수의 이익을 위한 양보와 봉사정신은 늘 뒷전이었다.

이런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며 남의 일로 치부하며 방관일색으로만 치달았던 우리 자신 모두가 뼈를 깎는 각성을 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이념과 의견의 차이나 세대간의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을 조장하고 파단을 초래하는 행태는 지양하고 범교포적으로 연대를 구축하고 그 어느 상황에도 이를 대비할 수 있는 가칭 ‘대책위원회’를 마련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권익을 보장받고 2세들의 영달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전 한인들이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함을 거듭 강조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우리 주위에 보면 간혹 단체마다 붙이는 대(大) 무슨 무슨 한인회, 대(大) 무슨 무슨 단체들이 있다. 뉴욕한인회, 뉴저지한인회가 버젓이 있는데 명칭에만 앞에다 대(大)자를 붙이는 지역 한인단체들과 단체장들, 같은 지역에 유사한 기관과 단체가 병존하는 일은 과연 전적으로 한인사회를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차제에 한인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한인들의 범교포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지원이 수반되는 한인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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