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깨진 유리창

2012-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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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월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발표하여 큰 주목을 끈 사회심리학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두 저자는 도시의 슬럼화가 어떻게 시작하여 확산되는가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날 동네의 아이들이 길에서 놀다가 상점의 작은 유리창 하나를 깨고 도망갔다. 상점 주인은 “그까짓 작은 유리창 하나인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종이로 가려놓고 넘어갔다. 그런데 얼마 후에 보니 상점 옆의 건물의 유리창이 깨어지기 시작하고 가게 앞에 쓰레기가 쌓이고 벽에 낙서가 쌓이면서 슬럼화 되는 것이 아닌가.

유리창 파손이나 낙서와 같은 경미한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방치하고 지나가면 나중에 그 지점을 중심으로 동네 전체가 슬럼화 되고 만다는 범죄 확산론이 깨진 유리창 이론의 요지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1994년 뉴욕의 경찰국장 이었던 브랜튼이 도입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브랜튼은 뉴욕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하철이나 건물의 낙서 행위, 노상 방뇨,
무임승차 같은 경범죄를 심하게 단속하였다. “빨간 불일 때 길을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살인, 강도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의거하여 경범죄의 단속한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다. 살인 범죄율이 1,000건 이상이나 감소했고 전체 범죄율이 50%이상 줄었다.
깨진 유리창의 교훈을 생각할 때마다 구약 성경 사무엘상에 나오는 엘리 제사장이 떠오른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 종교의 중심지였던 실로의 대제사장이었으며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인 사무엘을 키워낸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는 정작 자신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를 키우는데는 실패한 불행한 아버지였다. 그는 두 아들이 실수하고 잘못할 때 애초에 바로 잡지 않았다. 어느 누구보다 경건의 법도를 지켜야 할 두 아들이 마음대로 방종하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그 결과로 두 아들이 블레셋과의 전쟁에 나갔다가 무능함으로 죽었고 엘리 제사장은 그 충격으로 죽었다.

이와 같은 명문가의 자녀들의 윤리 도덕의 부패 문제는 엘리 제사장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무엘 선지자의 두 아들, 요엘과 아비야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날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흔치 않게 보게 된다. 우선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과 대기업의 CEO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전념하느라고 자녀와 측근을 돌보지 않았고, 윤리 도덕성 교육을 소홀히 했다. 부정과 비리 문제가 밝혀질 때마다 대통령과 대기업 CEO의 자녀들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참모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구속당해 그를 지지하던 국민들의 마음에 실망을 안겨 주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훌륭한 부모=열등한 자녀의 등식(等式)은 성공한 기업가나 존경받는 정치인의 집안에서 예외 없이 발견되는 공식이 되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깨진 유리창 이론’을 통하여 집안 단속의 지혜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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