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물난 속에 쇠락하는 미국

2012-03-22 (목)
크게 작게
이광영(전 언론인)
올 가을 치러질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후보로 ‘미트 롬니’와 ‘릭 샌토럼’이 각축하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에 소개된 두 후보의 여러 정치적 견해들 가운데 그들의 교육관에 대해 진보논객 ‘폴 크루그만’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비판하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샌토럼은 공화당 지방대회에서 정부의 공립대학 지원방안을 비난하였는데 그는 공립대학이 늘고 대학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져봐야 이것은 미국인들의 종교적 신앙심을 파괴하는 사상 제조공장Indoctrination mills)이 늘어나게 되는 것뿐이라고 폄하함으로써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그중에서도 “모든 생명체는 장구한 세월 자연선택에 의한 적자생존의 방식으로 진화되어 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오늘날 과학적 세계관이 기초로 되고있는 이 이론은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배격하고 있어 가톨릭과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진화론은 ‘악마의 학문’이라고 증오하고 있다. 창조냐, 진화냐는 과학과 종교가 대척점에서 대립하는 쟁점으로 되고 있다. 어느 것이 맞느냐는 각자의 신념에 따른 문제이지만 미국헌법은 종교와 정치를 따로하는 정.교 분리원칙을 채택하고 있어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전 미국에 캔사스주에서 하는 것처럼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추진할 것이고 헌법개정을 둘러싼 국론분열이 첨예해질 것 같다.


미국 민주당 정부는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귀향하는 제대장병들에게 교육, 주택, 의료혜택을 주기위한 제대군인원호법(G. I. Bill)이란 것을 1944년 제정하였다. 정부는 그들에게 전국의 주립이나 시립 커뮤니티칼리지에 편입을 유도하고 막대한 예산으로 학비지원, 고급인력으로 키워 오늘의 부강한 미국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국민, 보건, 교육, 의료 등 정부만이 담당할 수 있는 돈많이 드는 장기투자사업에 대해 세금내기 싫어하는 부유층의 ‘작은정부’타령에 충실한 공화당후보의 단견(短見)을 크루그만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제목을 달아 비판하였다.

억만장자이면서도 세금은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박봉의 비서보다도 적게내는 것으로 유명해진 미트 롬니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학비가 적게드는 주립대학에 가면 된다”고 쉽게 말한다. 졸업후에도 취직을 못해 재학시절 은행에서 빌린 돈이 멍에로 되어있는 실정에 대해 롬니는 정부가 무슨 대책을 세워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어림없는 일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밖에도 미국 빈곤층에 대해 “그곳에는 사회안전망이 있으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간단하게 잘라 말하고 있다. ‘베이너’하원의장 ‘라이인’ 하원예산위원장 등 공화당 정치인들은 적자줄이기에 몰입되어 정부지출 삭감에 올인하고 있고 ‘크루그만’같은 경제학자들은 경제회복과 고용확대를 위해 지출삭감에 반대, 공화당 정책과는 상반되는 주장을 펴면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인물난속에 쇠락하고 있는 미국을 보면서 ‘프랭클린 루즈벨트’나 ‘벤자민 프랭클린’같은 정치 지도자가 새삼 그리워진다. 루즈벨트는 서민대중을 위한 사회안전망확충과 복지에 힘쓰고 국민지지를 배경으로 보수층을 대변한 대법원의 22차례에 걸친 위헌판결에 결연히 맞선 서민을 위한 정책을 관철한 걸출한 민주주의자였다. 프랭클린은 전기유기체설을 주장한 과학자이며 정부는 교육에 자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외친 교육사상가였고 자유를 사랑한 미국헌법제정에도 참가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는 대 정치가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