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 악몽에 시달리는 참전군인들

2012-03-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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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3월11일 일요일 새벽, 아프카니스탄 칸다하르주의 작은 마을이 피로 물드는 참극이 일어났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한 미국병사가 새벽에 기지를 빠져 나와 마을 민가를 난입하여 여성과 어린이들을 포함해 잠자고 있던 16명의 민간인 가족들을 무차별로 사살했다. 미군병사는 죽은 시체를 모두 한곳으로 옮긴 뒤에 담요를 덮고 불을 질렀다.

주요 일간지에는 숨진 시신을 실은 트럭 뒤 칸에 한 소년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남자 어린아이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이런 엽기적인 뉴스를 접한 세계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의 주류인 파슈튼 민족의 성지이자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 본거지다. 작년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각료들과 함께 알 카에다의 주범 오사마 파키스탄 은신처에 숨은 빈 라덴을 특수부대가 기습 작전으로 사살하는 위성 생중계를 시청하는 숨막히는 긴박한 상황이 어제인 것 같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미국의 테러와의 싸움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가 싶었다. 미국은 10년간 9.11테러 이후 빈 라덴을 잡기위해 들어간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빈 라덴의 죽음은 미국이 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아프칸 전쟁의 늪에서 빠져 나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NATO) 아프가니스탄의 지원군이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고 미군
들이 탈레반 대원들의 시신에 소변을 보는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된 후 다시 이번의 아프간 민간인 사살은 아프간시민의 분노의 불길에 다시 기름을 부어 넣고 있다.

이번 미군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지역은 어떤 곳인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은 비문명지대의 황폐한, 사라진 문명의 땅이다. 그러나 아프카니스타 칸다하르는 고대와 중세의 불교 미술의 르네상스 꽃을 피운 곳이다. 지중해 세계의 로마, 그리스와 중앙아시아 문물들이 동방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크로드의 거점이었다. 이 땅을 거쳐 간 동서의 이민족들이 정착하거나 떠나가면서 동서 문화가 녹은 다채롭고 복합된 문화를 잉태한 산실이었다.

어느 역사학자는 아프가니스탄을 정복자의 길목이라고 표현했다.
칸다하르는 BC 4세기 한 대제국을 꿈꾸었던 젊은 정복자 알렉산더의 동방원정으로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지중해 세계의 헬레니즘 문화의 뿌리를 내려 동방의 문화를 접목시켰다. 이번 칸다하르 마을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미디어는 참전 미군들의 전쟁악몽으로 시달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CNN에 방송에 출연한 심리학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치열한 전투에 참여했던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참전군인의 5명중 한 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칸다하르 마을에서 총기난사로 돌발적인 공격행동을 보인 미국병사도 압력밥솥에 압축되어 있던 증기가 뿜어 나오듯이 분노의 표출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원래 참전하기 전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전쟁터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충격적인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한 전쟁후유증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전쟁후유증 악몽에 시달리는 참전미군들의 전문치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뜨거운 쟁점 이슈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시 곧 수면 밑으로 갈아 앉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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