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시학 선배님을 회고하며

2012-03-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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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고대교우회 회장)

조시학 선배님. 제가 미국에 온 것은 1985년도였지만, 우리 뉴욕교우회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도부터 였습니다. 비교적 늦게 교우회에 나가 교우들과 어울리며 선배님들을 뵙고 후배들을 알게 되었는데, 특히 선배님의 존함을 들은 것은 아마 제가 뉴욕으로 이민 온 직후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당시 이미 선배님은 1966년에 우리 고려대학교 뉴욕교우회를 창립하셨고 1972년에는 뉴욕한인회장을 역임하셨으며, 무엇보다도 1961년에 미국 최초로 뉴욕에 태권도 도장을 여시고 태권도를 미국에 보급시키신 선각자로 널리 명성을 날리고 계셨습니다.

당시 저는 선배님을 직접 뵙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선배님이 저희 모교 고려대학의 선배님이 되신다는 것을 알고 참으로 선배님이 존경스러웠고 선배님과 같은 고대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하지만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한번 보고 들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제가 뵙지도 못한 선배님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된 것은 외람되지만 선배님 한자성함 ‘시학(時學)’-쉬지않고 시시때때로 배운다. ‘배울 때’로 새겨볼 수 있는 선배님의 성함이 가진 의미가 당시 이민초기에 학업에 전념하고 있던 저에게는 마치 ‘좌우명’처럼 마음에 새겨졌던 것입니다. 영어의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쉬지않고 시시때때로 배워야 한다.’는 선배님의 성함은 저를 채찍질 했으며, ‘모든 게 다 배울 때가 있다’는 뜻의 선배님의 성함은 배울 때를 놓치지 말라는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 후 2003년 선배님께서 고려대학교 국제재단 이사장으로 계실 때, 제가 사무총장이 되어 수년간을 직접 가까이서 선배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선배님께서 재단이사회를 이끌어 가시는 모습 하나하나를 자세히 볼 수 있었던 저는 선배님의 조용하시면서도 명료하시고 반듯하셨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선배님의 성함이 갖고 있는 의미를 그대로 체현하신 듯 보였습니다. 말씀이 없으신 가운데 행동으로 저희 후배들을 격려하시는 모습은 추상같이 날카로우셨으며 모교를 위한 열정은 불같이 뜨거우셨습니다. 이는 학문과 무도 모두를 항상 배우고자 힘쓰시며 연마하신 선배님의 일생에서 우러나오신 결과라고 여겨지며, 선배님의 성함에 담겨있는 ‘시학정신(時學精神)’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선배님의 성함은 자연인 ‘조시학’을 위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모든 고려대 교우들의 마음속에 새겨지는 보통명사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 땅에 오셔서 많은 족적을 남기셨지만, 저희 후배들에게 남기신 가장 큰 그림자는 바로 이 ‘時學精神’을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 고려대학교 뉴욕교우회 교우들은 선배님의 ‘時學精神’을 받들어 각자의 학교와 일터에서 배움에 정진하고, 생활을 올바로 하며 교우들 간에 화목하고,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위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을 것을 다짐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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