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은 재생되지 않는다

2012-03-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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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프랑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철학자에 신학자요, 물리학자이기도 했으며 발명가, 작가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그의 어록이다. 파스칼이 생전에 남긴 글들을 모아 편찬된 책 ‘팡세(생각)’에 나오는 이 말은 문명의 발달로 세상이 점점 혼탁해질수록 더욱 동감하게 되는 명언이다. 인간은 광대무변의 우주에 비하면 한 개의 점이나 한 가닥 갈대와 같이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동물 위에 군림하고 있다.

파스칼의 이 명언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조각이 근대조각의 시조로 불리는 오퀴스트 로뎅의 걸작 ‘생각하는 사람’이다. 바위에 남자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의 이 조각은 “항상 깨어 있으라,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라, 열린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고 수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마치 우리에게 강조하는 듯해 보인다. 동물처럼 살지 말고 항상 올바른 지각과 사고를 통해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일깨움을 주기 위해 로뎅이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세상이 갈수록 어지럽고 혼탁해지고 있다. 부정과 사기, 퇴폐가 만연하고 살인, 자살 등이 폭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총격살인 사건도 부쩍 늘고 있다. LA에서는 지난 1일 한인고객이 은행 귀중품 보관함에 넣어둔 현금 24만 달러가 없어졌다며 지점장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극을 벌이다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주류사회에서도 해고된 고교교사가 교장 등 두 명을 총격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지난달 27일 플로리다에서 터졌다. 지난 8일엔 피츠버그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침입한 남자가 무차별 총격으로 1명을 살해하고 7명에 부상을 입힌 후 경찰의 총격을 받고 죽었다. 또 매릴랜드 대학에 재학중이던 한인대학생이 캠퍼스 총기난사를 계획했다 11일 시행 3시간 전에 붙잡혔다는 충격적
인 보도다. 이틀이 멀다 하고 발생하는 이런 강력사건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상주의 천재화가 모네는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특히 바다를 그린 그의 작품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혼돈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의 걸작품 ‘격렬한 바다’를 보면 파도가 얼마나 요동치고 어지럽고 요란한지 마치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고스란히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일렁이는 파도의 소용돌이, 거센 파도의 물결속에서 숱하게 피고 지는 물보라…그러나 모네는 성난 파도만 그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강조하려는 것은 요동치는 바다에서 의연하게 서있는 바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 속에서 쉴새없이 펼쳐지는 행복과 불행, 실패와 성공의 파노라마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지구촌의 정세 속에서, 우리가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모네의 그림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굳건히 견뎌내야 한다고 우리가 은연중에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은 재생되지 않는다. 단 한번뿐이므로 연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소중하다. 삶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를 행복의 주인공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심, 걱정, 분노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자기 암시에 의한 자기지배’란 책의 저자 에밀 쿠에는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좋아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 만들어 낸 자기암시의 말이었다. 이런 생각은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자신을 변화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방금 전 웹사이트에서 본 ‘마음의 나침반을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고정시키라’는 문장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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