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잉진단과 과잉진료

2012-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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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기(내과 전문의)

TV, 라디오, 신문 등 언론매체에 의료광고와 의학정보가 넘쳐난다. 하루도 마음편히 조용하게 있기 어렵다.전통적으로 의료업무는 아픈환자를 위한 진단과 치료가 그 중요내용이었으나 근래 예방의학 개념에 따라 거의 모든 시민들이 건강검진의 대상으로 등장하게 됐다.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혹시나 하면서 온갖 검사를 거의 일률적으로 받으며 결과에 따라 치료받기를 권유받는다.
예방의학의 취지가 좋고 그 목표는 이상적이고 이해가 되나 무분별한 검진 및 치료행위는 의학 본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의료산업기관의 영리적 경영사업과 유관함이 의심된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단편적 의학통계를 아전인수격으로 부풀려 예방의학적 명분으로 포장, 선량한 시민들을 환자로 만든다면 이는 의술이 아니라 상술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섭오선(Prostate Gland) 암의 예방검진과 치료를 받고 있다. 섭호선암은 적극적 치료를 시도해도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오늘날 의학계의 지배적 의견임이 드러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런 섭호선암의 조기진단과 치료에 따르는 비용이 평균 한사람당 5,000만달러 가량이라니 미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예산 지출을 뜻한다. 국가예산과 의료자원(의사, 의료기관)은 제한되어 있는데 진단과 치료대상을 계속 늘려나가면 공급과 수요사이에 균형이 깨지고 복합적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우선 병실과 사무실에서 아픈 환자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할 의사들이 서둘러 안아픈 환자들 검진을 위해 달려간다면 그만큼 아픈환자들이 관심을 덜 받게 된다.

양(量)의 팽창으로 질(質)이 희생될 수 있다. 요사이 한인사회는 한국에 귀국 종합병원에서 종합건강을 받으려는 풍조가 유행하는 듯하다. 이도 모자라 지금은 미국내 대도시에 한국종합병원들이 분원을 설치하려는 계획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종합병원들은 그들의 주 임무가 한국에 사는 자국민들 건강관리에 충실함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에는 실질적 무의촌도 많은데 그들은 방치하고 남의 나라 넘보지 말길 바란다. 미국 의학계가 뒤떨어진것도 아니고 이곳에는 이미 한국계 의료기관도 있으며 미국 병원내 한
국계 의사와 간호사 및 사회봉사 요원도 있어 언어장애 문제도 해결되니 염려 마시길 바란다. 한국이 `경제대국’이 됐다느니 의학수출로 돈을 더 벌겠다는 상술은 받아들일수 없는 것이다. 의학제국주의와 의학식민주의적 발상이 느껴져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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