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질문이 있다. 왜?

2012-03-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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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우리는 육하 원칙이 있음을 알고 있다. 기사 작성을 위한 여섯 가지 필수 조건을 말한다.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의 여섯 가지를 가리킨다. 비단 기사뿐이 아니고, 어떤 상황을 설명할 때 앞의 여섯 가지를 빠뜨리지 않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쉽게 알릴 수 있는 것과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섞여 있다.

‘누가’는 대부분의 경우 쉽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네가, 친구가, 어떤 이가... 등’ 설명이 간단하다. ‘언제’ 또한 ‘얼마전, 그제, 오늘, 내일, 모레, 미래에...등’ 때를 알리는 것도 문제가 없다. ‘어디서’도 장소를 알리는 것이니 ‘한길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우주에서...등’ 앞의 세 가지는 알리고 싶은 만큼만 간단히 알려줄 수 있다.그러나 ‘무엇을, 왜, 어떻게’는 좀 다르다. 보기에는 세 가지 질문이지만 하나의 연관성을 지니고 있어서, 우선 순서를 바르게 정할 필요가 있다.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약부터 주지 않는다.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병의 원인을 확인하고, ‘무엇’으로 ‘어떻게’ 의 치료방법을 연구한다. 그러니까 ‘왜’는 ‘무엇’이나 ‘어떻게’ 보다 먼저 생각할 일이 된다.


의사, 부모, 교사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녀, 학생, 환자의 마음, 두뇌, 신체의 건강을 지키면서 최대한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말한다. 그렇다면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을 경우 ‘왜’를 우선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자녀의 학업 성적이 좋지 않다고 꾸중만 하는 것이 순서에 맞을까.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벌부터 주는 일은 차례를 지키고 있는가. 분명 그들에게는 ‘왜’라는 이유가 있었을 것인데.

한국학교 재학생이 거두는 성과의 크기는 관계자 세 사람의 ‘왜’에 대한 생각과 정비례한다. 학생은 왜 한국학교에 다녀요? 부모가 원하니까, 미국학교에서 못 배우는 것을 배우니까, 친구한테 한국을 소개하고 싶어서, 한국에 편지 쓰고 싶어서, 어른들이 배워야 한다니까... 등. 부모님은 왜 자녀를 한국학교에 보내십니까? 부모가 할 일을 못하니까, 한국의 뿌리를 알리고 싶어서, 한국의 친척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가정에서 한국말로 대화하려고, 한국을 자랑하고 싶어서, 한국학교에 보내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등. 왜 한국학교에서 가르치십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좋아하니까, 한국을 알리고 싶어서, 내가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키워서 한국문화의 숲을 이루려고, 학생들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을 믿기 때문에, 학생들이 정체성을 가지게 하려고...등. 이것이 바로 학생, 부모, 교사가 말하는 한국학교 존재 이유이다.

요즈음 더욱 강조되고 있는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 은 매사에 호기심이 많다. 새롭거나 신기한 것에 끌리는 마음이 어렸을 때부터 자란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의 질문을 받는 어른의 바람직한 태도는 어떤 것일까. ‘왜’를 연발하며 쫓아다니는 어린이들의 질문은 어른조차 잘 모르거나, 엉뚱하거나, 설명하기 곤란한 것들이 뒤섞인다. 그렇다고 묵살한다면 귀중한 싹이 자랄 수 없다. 재미있는 질문이다, 왜 그런지 같이 생각해 보자, 이런 것들을 계속 관찰하여 기록하자... 등 자녀의 호기심이 계속 자랄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방법이 현명하다. 즉, 생활 주변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마르지 않도록 촉촉한 물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고 보니 또 하나의 ‘왜’가 뒤따른다. ‘왜 자녀교육을 하나?’의 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부귀영화를 얻도록 교육하는 것인가? 타고난 소질 재능 개성이 구김살 없이 자라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인가? 교육목표는 주로 부모가 결정하게 된다. 저명한 민병철교수가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오바마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반기문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에 닿는 이 말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자신의 교육관과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교육관이 자녀의 장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녀가 자기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일이기 때문에 쉽고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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