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 성공 단십 백

2012-03-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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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교육가/수필가)
‘인생 성공 단십 백’이란 말은 한 평생 살다가 죽을 때 한 명의 진정한 스승과 열명의 진정한 친구 그리고 백 권의 좋은 책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한 삶이라는 것이다.그렇다면 나의 스승과 나의 친구 그리고 책은 어떤가 하고 생각해 보면 역시 한 분의 스승과 백권의 책은 쉽게 말할 수 있는데 열명의 진정한 친구가 문제이다.

문득 함석헌 옹의 유명한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생각난다. 그처럼 훌륭한 분도 그런 친구를 가진 사람은 행복할 텐데, 자기는 아직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여기서 말한 ‘그 사람’을 갖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우리 교회에 나이 지긋한 한없이 부러운 권사님 두 분이 계신다. 내가 그 분들을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두 분은 오랜 동안 같은 동네에서 살고, 한 교회에 다니면서 돈독한 우정을 키워 오신 분인데 서로 존경하고 위하면서 무엇이든지 같이 상의해서 한다. 아침마다 새벽기도도 나란히 나오고 노인사역(양로원 방문)도 같이하고 교회 친교 당번도 같이하며 심지어 화장실도 늘 같이 가는 분이다. 그 분들이라면 함석헌 옹이 말씀하신 대로 서로 ‘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어려운 일을 같이 하면서 함께 호흡했던 한국학교 선생님들, 협의회 임원들, 문인협회 회원들 그리고 교회 식구들 등 많은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정말 목표와 뜻을 같이한 친구들이 진정한 친구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세상을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말 진정한 친구를 더 많이 남겨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꼭 ‘그 사람’을 가지고 싶다. 남은 생 동안 노력하면 될까.

그렇다. 방법은 있다. 내가 먼저 ‘그 사람’이 되어 보자. 왜 스스로 먼저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가 후회스럽기만 하다. 그렇게만 되면 나의 삶도 ‘인생 성공 단십 백’이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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