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힘

2012-03-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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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봄이 왔다, 더불어 여성의 달이라는 3월도 시작되었다. 여성의 달인 이번 주제는 ‘여성 교육과 인권신장’ 이라 한다.인류의 반은 여성이고 미국 인구의 반도 여성이다. 그 수많은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달이 미국의회에 의해 지정된 지 고작 25년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13년대 영국에서 여성참정권을 위한 순교가 있었다. 잉글리쉬 더비 경마에서 에밀리 데이비슨이 영국국왕 소유의 말에 밟혀죽은 참사는 남녀평등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런던에 페인트통과 붓을 들고 한밤내내 돌아다니며 남성의 이름이 적힌 문패를 지워 버린 일, 우편함에 잼을 부어넣고 시에서 관리하는 꽃밭의 꽃을 뽑았으며 화랑의 그림을 훼손시킨 일, 또 전선을 절단하고 허위 화재 경보를 울리고 심지어 방화 사건도 일어났다.

윈스턴 처칠을 위협한 이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평범한 영국 국민의 아내, 어머니, 딸, 누이로 단지 투표권 얻기를 원했다. 이처럼 패티코트 입은 여성 데모대들의 희생을 거쳐 1918년 1월 영국의 30세 이상 되는 여인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고 1928년 여성도 남성처럼 21세 이상이 되면 누구나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미국 여성들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길고 어려운 투쟁을 전개했다. 1789년 제창된 미국 헌법에는 버젓이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명시되어 있지만 여성은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1807년에는 여성, 외국인, 유색인종, 흑인은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새 법이 생기기도 했다. 여성 참정권은 숱한 고통과 기다림을 거쳐 1920년 8월 26일 수정헌법 19조를 통해 이뤄졌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여성들은 누구일까? 먼저 한국 역사 속에서 찾아보자. 주몽의 고구려 건국에 큰 힘을 보태고 백제의 수호신이 된 소서노는 뛰어난 통찰력과 세계관을 지녔고 백제의 도미 부인은 권력에 굴하지 않은 주체적인 여성이었다.조선시대 시인 허난설헌은 봉건사회의 부조리와 차별 속에 소외된 삶을 살면서도 시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 또 제주 여성 만덕은 나라에 흉년이 들자 장사 하여 모은 돈을 전부 내어 쌀을 사다가 배고픈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

미국의 역사에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흑인여성 로사, 헬렌켈러, 퀴리부인 등이 있지만 현재에서 찾아보자. 오프라 윈프리는 미천한 신분에서 성공과 부를 획득한 자선사업가로 유명하고 대통령 영부인 출신으로 국무장관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힐러리 클린턴은 얼마 전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오를 정도다. 이번 제8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메릴 스트립도 미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역사적 인물이나 살아있는 인물로 존경받는 여성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좋은 집안에 부모의 재산, 혹은 남편의 덕으로 자기의 뜻을 이룬 사람들 스토리는 별로 빛이 안난다. 대중들은 먹고 살 걱정 없이 든든한 배경에서 이룬 성공에는 흥미를 못느끼나 돈 없고 힘 없고 상처투성이 삶이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난 여성들 스토리에는 열광한다.

굳이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한인사회에는 존경할 여성들이 많다. 이민 와서 열심히 살며 자식을 교육시켜 주류사회에 진출시킨 가정에는 대부분 든든한 여성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미국에서 여성들은 낮에는 똑같이 일하고 집에 오면 요리에 육아까지 아무래도 부담이 더 많다. 요즘에는 세계적인 불황으로 실직하는 남성들이 많고 이민사회 특성상 여성 일거리가 더 많다보니 가장 역할까지 하는 여성이 날로 늘고 있다.가정이라는 테두리가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책임이 되다보니 남녀 협상시대가 되었다. 나날이 여성들의 역할이 강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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