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인의사 vs 마귀목사

2012-02-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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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김근태를 거의 질식사 직전까지 물고문 했던 이경감은 훗날 목사가 되었다. 얼마 전 독감에 걸려 편도선이 붓고 피부가 빨갛게 열꽃이 피어 아파하는 세 자녀들을 잡귀를 몰아낸다는 구실로 손을 뒤로 묶고 가죽허리띠로 매질하고 굶겨 숨지게 만든 매정한 마귀목사 아버지가 보도되었다. 어린 것들은 또 매 맞을 것이 두려워 배고프다는 말도 못한 채 벌벌 떨며 죽어갔다. 스스로 삶을 포기한 것이다. 또 어느 목사부부는 잠자는 아이를 홀로 집에 가둔 채 새벽기도를 인도하러 갔다가 이웃의 고발로 감옥행이 되었다.

기도한다고 눈을 감고 빨간 정지신호등을 무시하고 차를 몰고 직진 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흑암과 혼돈 속에서 광명과 질서를 회복시켜 주셨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해와 달, 지구가 운행하는 궤도를 정해주셨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준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지 말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조기수술 가능성을 무시하고 만병통치를 주창하는 대체의학 의사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효과없는 불필요한 치료를 오랫동안 받다가 결국에는 중요한 수술시기를 영영 놓치고 말았다. 이미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퍼져가고 있었다.나의 친구 부인은 유방암수술을 받은 후 “내가 완벽한 수술을 했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가 필요없다” 는 사기꾼 외과교수의 말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는 암이 척추로 전이
되어 죽고 말았다.

서울 강남에 밀집해있는 성형외과 오피스에서는 종합병원에서 해야만 할 큰 수술들을 시설이 미비한 좁은 공간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다. 감염도 문제이지만 생명을 다루는 마취약까지도 전문의 없이 투여하다가 생사람 잡는 대형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환자의 이상체질로 덮으려고 해선 안 된다. 만약 수술을 안 받았더라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겠다고 히포크라테스 선서 앞에서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에 눈이 어두워 고귀한 생명을 헌 신짝처럼 다루고 있다. 이러다간 일등 자살국가, 일등 살인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크리스탈 처치의 로버트 슐러 목사는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으나 곧 바로 응급수술을 받고 뇌에 고인 응고된 핏덩이를 제거한 후 회복되었다. 10분만 늦었어도 정상 뇌 조직을 압박해서 급사할 뻔했다. 반면 한국의 유명한 H목사는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했다. 의사는 오직 하나님의 손을 빌려서 그의 크신 치유능력을 대행하는 것뿐이다.어느 주일 설교시간에 슐러목사는 정신과의사 한분을 소개시켰다.“이 분이 제 주치의 입니다. 제가 혹시 헛소리를 하지 않나 감시해 주고 치료해 주는 분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모르는 분야는 그 쪽 전문의사의 의견을 포용하는 지극히 겸허한 인간적인 자세이다.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악령의 지시를 받아 잘못 가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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