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섬기는 리더십

2012-0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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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요즘처럼 리더십이 화두가 된 적도 없는 것 같다. 2012년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리더를 뽑기 위해 국민들은 고심 해야 한다.지도자를 잘 뽑으면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잘못 뽑으면 어렵고 힘든 날들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떨어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차기 중국 지도자로 확실시된 중국 국가 부주석 시진핑이 지난 13일~17일 미국을 방문하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를 받고 갔다. 초대 대통령 조지워싱턴 기념비, 전쟁도 불사하고 남북 분열을 막은 링컨 대통령 기념관, 미국독립 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프랭클린 루즈벨트 기념관 등 과거 미 대통령을 기리는 흔적이 여기저기 가득한 워싱턴 DC를 방문한 시진핑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글로벌 리더십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을까.


구소련 붕괴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가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이 세계를 이끌어 가는 구도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두 리더의 만남은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중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발전했을까. 1978년 개혁개방이래 경제가 발전해오다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부터 급속한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오늘날 중국이 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춘추전국 시대의 철학과 사상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때 이 철학사상이 태동한 시기의 백성들은 어찌 살았을까.

기원전 770년 주나라가 왕실의 내분과 이민족 침입으로 도읍을 낙양으로 옮기면서 지도력을 잃자 각처에서 제후들이 서로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각축전을 벌였다. 이 약육강식과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 백성들의 삶은 복잡, 어수선, 불안했을 것이다. 이 시기에 공자, 노자, 장자 등 제자백가의 사상이 붐을 이뤘는데 이는 혼란한 중국 천하를 바로 잡고자 해서였다. 그후 진(秦)나라 시황제에 의해 최초로 중국이 통일되었고, 두 번째로 유방에 의한 한나라 통일이 있었다. 다시 위, 촉, 오의 삼국 시대를 거쳐 만주족이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웠다. 이 청나라에 강희, 옹정, 건륭 3대의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다. 특히 제4대 황제 강희제(康熙帝, 1661~1722년)를 주목해 보자.

강희제는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도 나온 ‘만한전석(滿萬全席)’을 통해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다. 만주족과 한족의 먹거리를 한데 모아 만주족과 한족 출신 관료들을 함께 불러 황실 대연회를 연 것이다.이를 통해 강희제는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고 국가 성장의 힘을 얻었다. 황하와 장강의 치수에 성공하여 농사에 차질 없게 했고 전란의 와중에도 세금을 줄여 백성의 존경과 칭송을 받았다.강희제는 군주가 모범을 보여야 백성이 군주를 믿고 따를 것이라 하여 백성을 위해 헌신하는 ‘섬기는 리더십’을 자신의 통치 철학으로 삼았다. ‘백성을 편안하게 살게 해주고 즐겁게 일에 종사하게 해준다’를 자신의 평생 좌우명으로 삼은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군주가 그의 생활용품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는데 그의 ‘근검록’에서 “모든 비용은 백성들의 피땀으로 얻어진 것이니 주인된 황제로써 절제하고 절제함은 당연한 것 아닌가’ 했다. 참된 리더는 첫째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국익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 둘째 글로벌화한 의식구조를 지니고 뚜렷한 비전과 자신감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실천하는 사람, 셋째 잘못된 사회와 정치적 제도를 개혁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나 주요공직자 자리를 기회로 한탕주의, 재산 불리기로 이용하는 자는 절대 뽑아선 안된다.

중국은 20년 전부터 정치가 안정되면서 국민의 삶도 좋아지고 있다. ‘부패한 지도자는 부패한 국민을 양산한다’, ‘나라가 잘 살면 백성도 잘 살고, 나라가 못살면 백성도 못산다’는 말들이 있다. 올 대선을 앞두고 ‘섬기는 리더십’ 을 지닌 자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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