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몰려오는 브랜드, 밀려나는 업주들

2012-0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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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기자>

뉴욕은 한국의 유행과 트렌드와 절대 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미국 속 도시라지만 한국의 유행 상품이 이곳에 상륙,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고 한국의 시장 트렌드는 뉴욕 한인타운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최근의 이슈는 커피와 제과업계 프랜차이즈 바람과 동네 빵집의 몰락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커피와 제과업계 프랜차이즈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제과점은 2003년 초 약 1만8,000개에서 지난해 4,000여 곳으로 줄었다. 8년 만에 77.8%가 감소한 셈이다. 반면 한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는 지난해만 매장 300여개를 여는 등 총 매장수 3,000개를 돌파했다. 이 업체는 매년 1986년 개점 후 매년 평균 120개 매장을 개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한국에만 해당되는 소식은 아니다. 최근 플러싱의 한 제과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버스 기사들과 한인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그 제과점은 인근에 들어선 대형 브랜드 제과점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렌트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다고 한다. 문을 닫기 며칠전 인근 한인 업주를 찾아가 이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눈물을 쏟았다는 얘기는 되새길수록 가슴이 아프다.

이웃의 한 업주는 “10여년전만해도 이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수다도 떨던 만남의 장소였다”며 “워낙 대형 업체들이 밀고 들어오는데 동네 빵집이 어떻게 경쟁이 되겠냐”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커피와 제과점 등 한국 브랜드의 진출은 거세다. 지난 달 카페베네가 맨하탄에 진출한데 이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산뜻한 인테리어와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무기로 한 한국 브랜드들이 뉴욕에 속속 매장수를 늘여가고 있다. 한국브랜드가 뉴욕거리에 많아질수록 자부심도 커지지만 한편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데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뉴욕에 진출하는 한인 대형 업체들 중 일부는 직영점만을 하겠다고 한다. 한인 업주들과 손잡고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투자 부담을 안고서라도 본사의 이익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에 진출한 한 대형 브랜드의 사장은 “이 곳 기업들과 손을 잡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만 개인에게 매장을 맡기는 가맹점을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자본을 등에 업고 무섭게 투자하고 있다. 매출은 줄고, 메뉴 개발과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는 더더욱 어렵고, 한인 자영업자들에게는 갈수록 힘들고 암울하기만 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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