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사회와 인종갈등

2012-02-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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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조용하던 한인과 타인종과의 사이에 인종차별적인 논란이 올들어 부쩍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월 맨하탄의 유명 피자체인점 ‘파파존스’가 피자를 주문한 20대 한인여성에게 ‘찢어진 눈의 여성’이란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짙은 영수증을 발급해 논란이 되더니 이달에는 조지아주 스타벅스 매장의 한 종업원이 한인여성 고객에게 ‘찢어진 눈’이 그려진 커피컵을 주어 한동안 시끄러웠다.

다행히 파파존스와 스타벅스에서 일어난 잡음은 업주측이 사과를 하고 해당종업원을 해고하고 나서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생길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한번 떠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내는 우리만의 전략적인 자기방어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유독 인종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종간의 갈등이 유발할 수 있는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인종간의 사이에서 생기는 잡음이나 마찰은 집단간에 얼마든지 대형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LA 4.29폭동은 로드니 킹 흑인운전자에 대한 백인경찰의 폭행과 무죄석방이 부른 참사다. 어느 사회건 불만이 가득 차 있을 때 자칫 인종문제가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LA 폭동의 경우 경제적인 궁핍과 경찰과의 잦은 충돌로 지역의 민심이 폭발직전이었을 때 불행히도 로드니 킹 사건이 터졌다. 당시 소수계였던 한인사회는 타인종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지 못하였던 것만으로도 큰 화를 당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혐오의 문제로 부터 한인사회도 그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인사회는 타인종들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한인비즈니스에서 생기는 인종간의 문제들은 주로 소비자와의 작은 마찰에서 빚어진다. 그러다가 생긴 잡음이 침소봉대되어 타인종의 집단 시위, 불매운동 등으로 문제가 확대되어 인종충돌로 일어나기도 했다.


흑인 고객과의 사과 몇 개 때문에 생긴 시비가 흑인집단의 장기 불매운동을 불러 가게영업을 전폐하다 시피 했던 브루클린의 처치 애비뉴 청과상 사태, 이번 댈러스 한인주유소 업주가 흑인고객과의 사소한 시비로 흑인시위를 불렀던 사건 등이 그 예 들이다. 사소한 시비가 크게 확대되는 것은 이들의 마음속에 한인들이 같은 지역의 이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지역주민들과 평소 스킨십을 많이 해야 한다.

지역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참석해주거나 하다못해 콜라 한 박스 혹은 사과 몇 박스라도 내놓는 인심을 보여야 한다. 또 그 지역 주민을 종업원으로 쓰고 그 지역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도 희사하는 식의 환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돈만 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이 살고 있는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현지화를 하지 않고 무작정 들어가 장사만 하면 한인들은 영원한 이방인으로 경계의 대상이 된다.

특히 한인 비즈니스에 노동력을 많이 제공하고 있는 히스패닉과의 관계에서도 있을 수 있는 마찰이나 충돌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남의 눈에 든 티끌은 보여도 내 눈에 든 들보는 못 보는 수가 있다. 타민족에게 하는 우리의 말이나 행동도 혹 이들의 반감을 사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고객은 왕이다. 고객들로 인해 한인들이 먹고 살기 때문에 물건을 팔아주는 고객에게 마음을 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리고 한인들의 종업원으로 많이 일하고 있는 히스패닉과 흑인 소비자들 때문에 우리의 비즈니스가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감사도 우리가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을 가족처럼 대하지 않아 그들이 만일 떠나간다면 우리의 비즈니스운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과의 다른 사고방식에서 오는 문화적인 갈등을 최대한 포용하고 가능한 충돌을 피해가야 할 일이다. 안 그러면 이들과의 사이에서도 언제고 인종문제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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