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시민에게 부산가서 투표하라면 쉽게할까?

2012-02-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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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대뉴욕지역한인회연합회장)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마감한 재외국민선거 등록 결과가 꼭 이런 경우와 비슷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재외국민선거가 참여율도 낮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아우성인데, 현지 사정을 보게 되면 이해가 가리라고 믿는다.
오랜만의 선거도 좋지만 제도 자체가 너무 불합리하다 보니 들인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기대보다는 많이 못미치는 상황이다. 한인사회가 분열되고 과열되기는커녕 겨우 불씨 살리기에 분주했다.

재외동포들의 한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증대라는 좋은 점 때문에 그동안 회장으로서 재외국민선거 등록을 많이 독려해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되는 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한국의 선거법이 너무 까다로와서 현재 많은 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투표는 물론 우편투표도 안되고, 출장 사무실 설치도 안되며, 오직 교통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관까지 방문을 해야 하고, 편의를 위한 버스 제공조차 안된다고 하니 생업에 바쁜 영주권자 한국인들과 한푼의 돈과 시간이 아까운 유학생들에게 어떻게 공관을 두번 방문해서 선거인 등록을 하고 또 투표를 하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영주권자들은 자기 지역구가 없어서 정당에 투표를 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모든 정당이 당명도 바뀌고 또 정체도 모호하니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고, 그나마 등록을 위해 공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유학생들이 가장 유력한 참여대상자들이다. 지난 연말 대학에 다니는 딸과 대화를 나누면서 유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일부 공관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유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교통편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Stonybrook, Rutgers, Albany등지에서 유학생들이 투표하러 오기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게 느껴졌다. 본인
도 유학생시절 열차를 갈아타고 맨하탄까지 나가서 투표하라고했으면 안했을 것 같다.

민주주의에서는 정치도 국민들의 참여와 동의를 구하는 일종의 세일즈와 마켓팅 같은 행위이지,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권이 하듯 이치에 맞지않는 룰을 정해 놓고 하건 말건 내버려 둔다면 절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국내총생산에서 대외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대한민국이 계속 발전하고 커가기 위해서는 750만 재외국민이라는 훌륭한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재외국민선거방식으로는 재외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현실에 맞는 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하여 재외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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