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와 시인

2012-0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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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농(시인)

정치가와 시인은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게 아니라 같은 세상에 살면서 정치가는 정치적으로 살기 좋은 세상의 집을 짓고 시인은 사람살이를 벗삼아 세상을 시적으로 노래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나면서부터 정치적 동물이다, 정의는 바로 국민을 위한 국가의 것이며, 바름(正)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바르게 균형의 질서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정치와 도덕이 다르지만 원래 정치학은 윤리학의 테두리에서 형성되어 성립되었고 정치와 도덕의 관계는 분리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윤리도덕은 인간정신과 행동의 규범이다. 따라서 시는 정치흐름에 따라 시인의 영역도 함께 궤적을 같이 한다. 때론 저항으로, 때로는 문예의 꽃으로.

15세기 조선, 천애의 방랑시인이요 초야의 천재 시객 매월당 김시습, 시류파(계유정난)정승 육·판서와 공신 및 집현전학사에게 풍자와 해학, 비아냥과 상궤(常軌)에 벗어난 그의 비판행위에 모욕을 당한 벼슬아치들은 그를 잡아 벌하자 하였으나, 그 중에서도 이 사람을 벌한다면 백대가 지나 가문에 누가 미칠 것이니 긴 안목으로 자제를 주장한 대명문장가요, 대유학자이며 학문에 두루 통달한 정치가인 대제학 서거정과 집현전 8학사중 신숙주, 궁중 장서각의 책과 만 권의 책을 읽었던 신숙주.


정치인과 시인에게는 각각 할 일과 구실 따로 있으나, 시대의 투쟁과 변화, 고뇌의 결정을 지으며 직접 시대에 관여하는 데에서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의 첫 마디는 “오늘 우리는 당의 승리가 아니라 자유의 축제를 지킵니다. 그것은 시작이면서 종말을 상징하고, 변화이면서 갱생을 뜻합니다...” 이 취임사에 참석한 여든 일곱 살의 시인 프루스트는 ‘공공연한 선물’이란 시를 낭송했고 “예술과 시가 이제 처음으로 정치가의 일로 헤아리게 되었으므로” 라는 이유를 들어 초청에 응했다.

프루스트는 “시대적 미적 자율성이란 투쟁과 변화 그리고 고뇌의 결정을 내리는데” 있다고 했다. 그런 뜻에서 정치와 시는 어떤 공통점을 가진다.
시의 시대정신과 행동은 정치와 시대역사의 흐름에 화합하였거나 저항세력으로 직접 투쟁과 권력의 변화에 관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21세기 슬럼과 소외된 자로 가득한 신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내일은 또 어떤 일이 터질 것인가. 혼동(CHAOS)의 비극이다. 시인은 정치 못지않게 누가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구실을 갖는 영역이 있다. 그러기에 시인은 지금, 신세계의 암울한 흐름 앞에 직면한 문제에 대해 시인은 깊이 고민하고 사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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