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관리

2012-0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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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자신이 자신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오래가지 못한다 함은 삶 자체가 파괴되어 가거나 자신의 종말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자신의 종말이란 곧 죽음이다. 사람은 죽을 때 잘 죽어야 한다. 살아생전 명예와 부와 권력으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만한 사람이었어도 죽을 때 잘 못 죽으면 허무하거나 비참한 것이 되고 만다.

좋은 예가 있다.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권좌를 누리며 한 나라를 좌지우지했던 고 박정희대통령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현대화에 물꼬를 튼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너무나 비참했다. 가장 신임하던 부하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그의 역사적 업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그의 마지막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지난 2월11일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휘트니 휴스턴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50을 채 못 넘기고 죽음에 이른 그녀는 세계적인 가수였다. 그녀는 그녀가 남긴 노래 하나가 수천만장이 팔려나갈 정도로 유명했다. 돈과 명예를 누구보다 더 가진 그녀였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려 ‘유 튜브’에 들어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 중 케빈 코스너와 함께 주연한 영화 ‘바디가드(Bodyguard)’의 주제곡인 ‘I will always love you(나는 당신을 언제나 사랑할 것이다)’는 접속자만도 2천만 명이 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죽었을까. 아직 확실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약물과다 복용에 의한 사망설이 유력하다. 결국 그녀의 죽음에 대한 총체적인 원인은 자기관리 부재에 있었다고 본다.

마약과 약물을 하던 바비 브라운과의 결혼. 그녀는 남편의 습관에 말려들어 함께 마약과 약물을 하게 된다. 그 중에 남편의 바람기와 폭력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것을 이겨보려 그녀는 마약과 약물에 더 의존하게 된다. 이혼한다. 이혼 후 휴스턴은 점점 더 약물에 빠져들어 재활센터를 오가며 경제난마저 겪게 된다. 죽음 전 날도 그녀는 술과 약물에 빠져 있었다 한다.

휘트니 휴스턴의 마지막 상황을 보면서 생각난 것은 최진실의 죽음이다. 휴스턴은 약물로 생을 마감했지만 최진실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최진실은 죽기 전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여배우중의 한 명이었던 최진실. 그녀도 프로야구선수였던 그의 남편 조성민에게 여러 번에 걸쳐 폭행을 당하고 결국 이혼을 한다. 이혼을 했어도 술에 의존하지 말고 그녀에게 딸린 아들과 딸에다 희망을 걸고 자기관리를 잘 했더라면 그녀의 마지막은 비참하게 자살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진실의 죽음에 대한 원인이 반드시 술에만은 있지 않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겠지만 그녀 자살의 총체적 원인도 자신이 자신을 혹독하게 관리하지 못한 데에 기인하지 않을까 볼 수 있다.

동양의 사상 중 유가(유교)에선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해져 오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뜻은 너무나 잘 알려진 데로다. 뜻을 의역하면 이렇다.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여 잘 닦은 다음, 가정을 평화스럽게 잘 유지하고, 그 다음 국가, 즉 한 나라를 다스려야 하며, 그 다음에 천하를 평정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를 평정하든 나라를 다스리든, 제일 먼저 해야 할 근본 처신은 자기 자신을 올바로 서게 하는 자기관리에 있다. 자기 자신과 자기가 속해 있는 한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어찌 나라와 세계를 다스릴 수 있냐란 뜻이다. 현재 한국총선과정에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 심사에 수신제가를 가장 먼저 심도 있게 볼 것은 확실하다.

잘 죽은 사람들, 즉 사람들에게 칭송을 들으며 명을 다하여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이야 괜찮다. 허나 비명에 죽은 사람들. 그들의 죽음을 어찌 할 수는 없겠지만, 산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을 통해 배울 점들은 많다. 아무리 환경이 좋더라도, 혹은 역경에 처해 있더라도, 자기관리를 철저히 잘 해야 함을 그들의 그런 죽음을 통해 배우고 느끼게 된다. 자신이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누가 자신을 다스려 주겠는가.

인생은 매 순간 결정의 순간으로 점철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결정을 내리며 행동으로 옮겨 살아야 한다. 그 결정 자체는 자기 자신이 내려야 한다. 보상도 자신이 받지만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잘 나갈 때나, 못 나갈 때나 자기 자신은 자기가 잘 관리해야 한다. 잘 나가던 휘트니 휴스턴의 슬픈 마지막을 보면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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