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藥) 없는 병(病)은 없다

2012-02-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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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목사)
항생제가 발견되기 전에는 하찮은 등창, 독감 따위로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면 요즘 아이들은 다 웃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사실 장티푸스나 홍역 같은 중병이라도 걸리는 날이면 사형선고나 받은 듯 슬퍼했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애를 낳고도 삼년동안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관습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가 발견된 요즘에는 그 병들을 우습게 보고 있다. 요사이는 암이 치명적이라 하지만 이 병도 사실이지 점차 흐지부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암 전문의에 따르면, 이 병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주 증상인데, 그 두려움의 심리적 치료만 선행되면 암을 이기는데 열쇠가 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으니 이젠 암이라고 해서 너무 겁부터 먹을 일이 아닌 것 같다. 또 앞으로 암도 감기와 같이 아스피린 한알 정도로 잡을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사람들이 깊은 산 속에 가서 신비의 약초를 찾고있지만 때론 ‘업은 아이 삼년 찾는다’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의외로 효험 있는 명약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옛부터 ‘약없는 병이 없다’고 했지만 참으로 이상한 것은 요즘 한창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 병은 아직 특효약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

필자도 오랜 전에 이 비슷한 증상인 질병에 걸린 적이 있지만 수은주 영하15도를 오르내리는, 소변도 얼어붙는다는 철책선에서 우리의 동족인 북한군을 이유 없이 괜히 미워하며 총칼을 겨누고 있던 어느 날, 나에게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안면 신경마비’증세였다. 이 병은 갑자기 입이 비뚤어질 뿐만 아니라 사람이 보기 싫고 미워하는 증상을 나타낸다. 연대장이 나를 보더니 “이 병은 약이 없다”며 급히 휴가를 보내주었고 덕분에 나는 한달 동안 총칼 버리고 휴식하며 극성스런 우리 어머니의 사랑으로 다행히도 완치되었다. 하지만 성서에도 보니 사울이란 젊은 사람도 기독교인을 이유 없이, 괜히 미워하며, 칼을 겨누며 가다 갑자기 찌르는 눈병에 걸려 약도 없이 평생을 고생하였다.


마음으로 형제를 미워하는 것이 심각한 질병을 부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 남을 미워하는 쾌감 속에 갇혀서 자신의 몸이 무너지는 것도 모르고 증오를 즐기는 우둔한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이 병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그냥 취미 삼아, 소일 삼아,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교회에서, 가정에서까지 이유 없이 괜히 한사람을 미워하고 괴롭히며, 제물을 삼고 싶어하는 잠복기가 유난히도 긴 가인의 가족병력인 ‘왕따’란 사회병리현상이다. 이 병은 일찍이 어린 요셉을 왕따시킨 그 형들이 걸린 질투의 병이고 또한 한 도덕적 인간인 메시아까지 왕따시켜 십자가에 못박은 비도덕적인 집단이기주의 율법단체인 유대인들이 걸린 증오의 병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 하여 환경과 모방을 교육의 철학으로 생각한 맹자의 어머니가 만약 한국에 왔다면, 동작동 국립묘지, 동대문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말싸움, 몸싸움, 돈 봉투 난무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어른들 잘 뛰어 내리는 한강철교와 15층 고층아파트 등지를 피해 좋은 학군만 찾아 셀 수도 없이 이사 다니며 치맛바람을 날렸을 것이다. 옛말에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나라 정치, 종교, 교육 각계 지도자들은 이제라도 이론만이 아닌 모방교육을 기술교육보다 인성교육의 중요함을 재인식하고 행여나 우리 자식들이 볼세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늘에 맞는 처방 약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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