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마음의 빗장을 풀어라

2012-02-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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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경제부 차장대우)

노던 160가 소재 중국계 ‘L&L 수퍼마켓’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
2008년 문을 연 이 마켓은 중국 커뮤니티의 노던 상권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였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대형 수퍼마켓 입주를 시작으로 제과점, 식당, 비디오 대여점 등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는 것 같이 중국 커뮤니티도 이 마켓을 통해 지역 상권 확대를 꿈꿨다.하지만 이 마켓은 결국 4년 만에 폐업을 했다. 내부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질적인 이유는 한인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계 부동산 중개인들은 마켓 입주 후 인근 콘도와 코압 등을 현금으로 매입하겠다는 전단지를 주기적으로 배포했다. 또한 인근 상가와 식당 등을 돌며 중국계 사업체 입주를 위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타진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한인 유입은 오히려 점차 확대됐다.실제로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162가 주변은 플러싱 먹자골목에 이은 한인 최대 상권 중 한 곳으로 유흥업소와 요식업소는 물론 병원과 회계사무실, 법률 그룹 등의 전문직 사무실 등 100여곳 이상이 밀집돼 있다.이에 따라 이 업소는 당초 중국 커뮤니티 상권 확대에서 전략을 바꿔 한인 고객 유치에 전력했다. 매장 내 한국 화장품 가게와 스시 가게 등을 입주시키고 일부 한국 식품도 가져와 인근 한인 대형 수퍼마켓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한인들의 발걸음을 붙잡지 못했다. 한인들이 야채와 과일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인근 한인 운영 대형 수퍼마켓에서 장을 봤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계 손님들에게는 쿠폰을 발행하고 할인을 해 준 대신 한인 고객들에게는 정가를 받는 등 보이지 않는 차별이 이 같은 움직임을 더욱 확대시켰다.

최근 이 마켓의 건물주는 폐업 기간 한인들이 인근 식당 또는 상가를 방문 시 자신들의 주차장을 사용할까 우려해 한글로 ‘주차 금지’ 표지판을 설치하고 출입을 막았다. 이에 따라 마켓 바로 옆에 위치한 상가 입주식당을 찾는 한인들은 마켓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우회도로를 통해 주차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앞으로 이 건물에 어떤 비즈니스가 입주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업체가 들어오던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한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감동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감동 마케팅은 단순히 한국 가게를 입주시키고 한국 제품을 싸게 판다는 것이 아니다. ‘주차금지’ 사인과 함께 걸려있는 마음의 쇠사슬을 푸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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