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필립 권 인준 한인정치력 시험대

2012-0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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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인사회 정치적 입지는 이민역사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미주 지역에서 불과 소수의 한인만이 시의원, 주의원일 뿐 연방 상·하원은 아직 한명도 없다. 서부에서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등지에서 시의원, 동부에서는 뉴저지지역의 시의원, 매릴랜드의 주하원의원, 워싱턴의 신호범 주상원의원, 신디 류 주하원의원 등이 고작이다.

미주 한인이민역사가 100년이라고는 하지만 본격적인 뉴욕의 이민역사는 30년, 그럼에도 한인의 실제적인 정치적 입지는 타 소수민족에 비해서 매우 미약하다. 중국계의 경우 현재 뉴욕에는 감사원장, 시의원 두 명이 배출돼 있는데 우리는 아직 이 분야에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뉴저지는 소수계 인종 중에 한인이 다수인데도 주의원까지 진출 못하고 시의원에 머물고 있다. 이번에 뉴저지에서 지명된 한인 필립 권 대법원 판사의 마지막 인준을 앞두고 한인사회의 관심이 너무나 저조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한인들이 한국정치에는 너도 나도 열을 올리고 야단이면서도 우리 삶의 현장에서 한인의 지위와 명예와 관계된 일에는 왜 이렇게 강 건너 불 보듯 하는지 모를 일이다.

뉴저지 대법관 지명 기회는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아시안 전체에 20년만에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뉴저지의 경우 대법관이 한번 지명돼 인준을 받으면 임기 7년에다, 주지사가 한번 더 지명을 하게 되면 종신직이 되기 때문에 7명의 법관이 다 차 있게 되면, 자연히 지명기회 조차 없어지는 이유다.
내가 아무리 한국인이 아니라고 해도 타인종들은 나를 코리안으로 규정짓는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이런 일을 남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잘 모르는 2세들이 와서 도와달라고 하면 꼭 도와주어야 하나? 우리가 그런 거 하면 무슨 콩고물이 생기냐? 하는 식이다.


아시안, 그중에서도 특별히 뽑힌 한인 대법관 지명자에 대해 한인사회가 아무런 지지도, 움직임도 없으면 앞으로 한인에 대해서 주에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뉴저지지역의 또 다른 중국계나 인도계 등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떤 한인은 개별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무조건 지지하는가 라고 하면서 회피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대통령을 뽑을 때 개인적으로 잘 알아서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 명도 아닌 수만 명을 대표하는 직위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로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시안 변호사 협회도 나서서 그를 지지하고 있다. 아시안의 범주에 비해 같은 한인이라면,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옳을 일이다. 이제 뉴저지주 대법관의 임기만료는 오는 3월 2일이다. 그에 따라 필립 권의 인준은 적어도 3월 초 이전에 바로 청문회를 열어야 하고 그 후 상원에서 인준을 해야 정식으로 임명을 받게 된다.

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관련웹사이트에 들어가 한인들이 서명운동, 팩스보내기, 온라인 서명 등을 하면 그의 인준에 크게 힘이 된다. 뉴욕의 한인단체 및 한인들도 적극 이 일에 동참해야 한다. 한인들이 말로만이 아니라 최선봉에서 그가 꼭 인준을 받을 수 있도록 한인밀집지역의 민주당 소속 한인과 가까운 정치인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설득작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현재 그에게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스타레저가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정적인 기
사를 보도하는데 이것은 정치적인 배경이 약한 한인사회를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필립 권을 주지사가 지명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은 그의 역량을 인정하고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필립 권의 대법관지명은 한인사회의 자랑이요 경사다. 2세들에게는 다시없는 롤 모델이 될 뿐 아니라 이것이 계기가 돼 다른 2세, 3세들도 주류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그의 인준이 통과되도록 우리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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