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기다리고 기다리는 한아름’

2012-0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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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모임 때마다 듣는 말은 “도대체 한아름은 언제 오픈 하는 거예요?” 였다. 신문 일을 하는 사람은 혹시 무슨 정보라도 있나 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답답하기는 신문사 직원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글쎄, 연말까지는 문 연다는 소문이 났었잖아요. “ 그렇다, 소식이 아니라 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앞을 지나가면서 보니까 조용한 것이 문 열기는 멀었어요.” 짐작이다. “그래도 우리 한국사람들 일 했다하면 후딱 하잖아요.” 바램이다. 언제 열리나 전화를 해보면 ‘모르겠다’라고만 하니 실망이다.

H마트를 아직도 한아름이라고 부르며 ‘그 비싼 톨비 안들여도 싱싱한 횟감 실컷 살 수있다.’며 한아름 생긴다고 좋아했던 이곳 사람들은 이제 기다림에 지쳐있다. 60년~70년대 미국에 온 웨체스터 한인들은 처음부터 한인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미국문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어만 쓰면서 미국식으로 산다해도 한국음식을 끊고 살기는 어려웠다. 한달에 한번 씩 뉴저지나 맨하탄에 있는 삼복식품에 가서 김치는 물론 온갖 팥, 당면, 고사리 등 마른것에서부터 배추 무우, 파, 콩나물 까지 자동차 트렁크에 꽉 싣고 오는 그런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한국에 미제물건 다 있고,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여기에도 다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이곳의 한인들은 어쩌다 한번씩 플러싱이나 뉴저지의 한국식품점에서 사온 음식물로 냉동실을 꽉 채워야만 하고, 교회 행사 때마다 새벽부터 다리 건너가서 떡이며 김밥을 사온다.

작년 5월, 웨체스터 카운티 웹사이트에서 H마트가 들어올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는,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H마트’ 본사에 문의를 했었다. 마케팅 담당자와 담당부서장에게서 아무런 답을 듣질 못했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까지는 오픈할 것이라는 소문은 떠돌았다.며칠 전에도 이곳 한인을 대변한 신문인의 사명감으로 H마트에 ‘웨체스터 한인들에게 좀 알리고 싶다’며 전화를 여러번 했지만 계속해서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간곡하게 이메일을 했으나 ‘모르겠다’라는 답조차도 없었다.

어린 아이가 사탕 사달라고 조르고 조르다가 울음을 터트릴 때 그때서야 사탕을 사주면 아이는 화난 마음에 그걸 집어 던지게 된다. ‘한아름만 들어오면….’ 고대하고 있는 미래의 고객들에게, 그 속내용이야 어떻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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