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포츠, 스크린, 섹스

2012-02-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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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섹스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운동과 영화와 섹스는 어쩌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 중 가장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항목일 수 있다. 간혹 상황에 따라 운동도, 영화도, 섹스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만은 좋아할 것 같다. 운동(Sports)과 영화(Screen)와 섹스(Sex)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아니, 본능에서 나온 것일 수 있어 사람은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며 섹스를 즐긴다. 운동은 자신의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서도 하지만 경기를 보면서도 즐긴다. 스크린은 영화뿐만 아니다. TV나 비디오 등의 영상매체를 포함하며 보는 재미와 대리만족을 하게 해 준다.

전두환정권 때 한국의 제5공화국 정부는 ‘3S정책’을 펼치며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더 멀리 떨어지게끔 유도했다. 3S정책이란 스포츠, 스크린, 섹스(혹은 스피드·Speed)를 말하며 일종의 우민(愚民)정책이다. 우민정책의 핵심은 국민들을 어리석은 쪽으로 유도해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적 자기 소외 등을 통해 정부정책에 무관심하게 하는 방법이다.국민이 정부정책에 무관심하게 되면 통치가 쉬워진다. 노자도 우민정책이야말로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 했다. 우민정책은 정치수단 중 고단수에 속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스포츠와 영상화면과 유흥문화에 고정시킴으로 정부가, 아니면 권력을 가진 세력들이 자신들의 악정(惡政)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기에 그렇다.


미국이란 나라는 유달리 3S가 강한 나라다. 3S중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포츠고 다음이 스크린이고 그 다음이 섹스를 포함한 유흥문화인 것 같다. 미국에서의 3S는 우민정책만은 아니다. 백성 스스로가 좋아한다. 문화적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평가다. 3S는 정치적 수단으론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문화적 측면으론 긍정적인 면도 많다. 미국에선 스포츠 경기가 끊어지질 않는다.

봄부터 시작되는 야구가 있다. 가을에 야구가 끝나면 미식축구가 이어진다. 미식축구와 더불어 농구가 펼쳐진다. 또 테니스대회, 아이스하키대회, 골
프대회 등 수없이 많은 경기가 1년 내내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년 중 계속해 새로운 영화들이 선보이며 그 중엔 수준 높은 영화들도 꽤 있다. 스포츠와 영화와 섹스는 빈부와 인종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일 수 있다. 그러니 미국 시민들이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스포츠에 무슨 흑백이 문제인가.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데. 하긴, 돈이 많으면 직접 가서 보면 되지만 그럴 필요가 뭐 있나. 앉아서 편히 볼 수 있는 TV가 있으니 구태여 비싼 요금내고 경기장에 가서 볼 것까지야 없다.

내일, 5일은 제46회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수퍼보울이 벌어지는 날이다. 오후 6시30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수퍼보울은 4년 전 격돌했던 뉴욕의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의 패트리어츠가 다시 붙는 날이다. 뉴잉글랜드는 4년 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엔 반드시 우승을 위해 뉴욕을 누르려고 온 전술과 기량을 다해 맞설 것이 뻔하다.

뉴욕은 뉴욕대로 다시 한 번 뉴잉글랜드를 누르려 하고 있다. 4년 전 뉴욕 자이언츠가 승리하던 바로 그 순간, 너무 좋아서 펄쩍 뛰다가 발목이 부러진 사람이 있다. 그는 기브스를 하고 몇 달 동안 고생을 했다. 그는 이번에도 뉴욕이 반드시 이길 것을 바라고 있을게다. 이번 수퍼보울은 1억여 명이 시청할 것으로 보며 12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상

들어가 미식축구경기규칙을 알고 보면 재미가 솔솔 더 있다. 우민정책이든 아니든 스포츠와 스크린과 섹스는 우리네 일상사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그것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니 그렇다. 삶이란 뭐 별것인가.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면 될 것이지. 한국은 지금 온 나라가 얼어붙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미국 동부는 겨울인지 봄인지 구분이 안 간다. 행이라면 행이다. 내일 열릴 수퍼보울에 또 하루의 즐거움을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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